“「치사」로 정치권 위기”여야 교감/개혁입법 협상으로 돌파구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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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백골단 축소·공격형 진압 개선엔 일치/전경투입 금지싸고 이견
강경대군 치사사건을 계기로 5월 시국이 가파른 벼랑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국면전환의 돌파구를 마련키위한 공동탐색작업을 본격화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민자·신민 양당은 서로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미뤄왔던 개혁입법개정협상을 2일부터 재가동해 보안법·안기부법등에 대한 본격적인 절충작업을 펴기로 하는등 장외에 쏠려있는 국민들의 관심을 장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여야는 특히 이번 사건의 파장을 조속히 매듭짓기 위해서는 ▲시위진압의 근본적인 제도개선책과 ▲시위진압에 투입되는 전투경찰 운영의 일대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각당 자체별 수습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공통분모를 도출하기 위한 물밑 대화도 은밀히 계속하고 있다.
민자당이 1일 당무회의를 열어 시국수습방안과 시위진압의 제도적 개선책을 논의한 같은 시간에 신민당도 주요당직자회의를 소집,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이어 이날 오후 양당 총무접촉을 통해 심도있는 교감을 나눈것은 「치사정국」의 탈출구를 찾기위해 여야정치권이 얼마나 골몰하고 있는 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뿐만아니라 신민당의 김대중 총재가 노정권퇴진운동을 위한 장외연대투쟁을 요구하는 재야에 대해 『지금은 장외투쟁을 벌일때가 아니다』며 단호히 거부한 것도 이번 사건을 제도권내에서 해결하겠다는 의지표명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여야가 이처럼 민감한 시국사건의 대처에 공동보조를 취하는데는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이번 사건의 파장을 조기에 진화하지 못할 경우 결국 공권력 대 재야의 대결국면으로 귀착될게 분명하고 그렇게 되면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전체의 입지가 축소될뿐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기성정치권의 무용론에 밀려 정치권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야는 확대일로를 치닫고 있는 치사정국의 고삐를 잡기위해서는 정치권에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새로운 시위문화를 창출해 낼 수 있는 획기적인 개선책을 제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사태수습을 위한 개선책의 접근방식에서는 여야간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야는 이번 사건의 직접적 계기가된 백골단(사복체포조)을 축소·해체하고 공격성 시위진압방식과 불법진압장비사용 등을 즉각 금지시켜야 한다는데는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제도개선책인 전경의 시위진압투입을 금지시키는데 대해서는 정부나 경찰측입장을 살피지 않을 수 없는 민자당측은 단계적으로 실시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신민당측은 정부측에 요구할 단계는 이미 지났으며 국회차원에서 법개정을 통해 원천적으로 봉쇄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시말해 민자당측은 전투경찰을 본래의 설치 목적이 대간첩 작전에 투입해야하지만 폭력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고 시위진압을 위한 정규경찰인력의 확보가 단기간내에 이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닌만큼 이를 중장기적 과제로 설정,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 개선방안으로 ▲공격형 시위진압방식금지 ▲시위진압의 불법장비사용금지 ▲백골단의 사복착용을 금지하고 정복착용을 의무화하며 ▲과잉진압과 전경의 병영생활중 각종 사고를 막기위해 분대장등 일선지휘관부터 정규경찰로 우선 대체토록하자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 중장기적 과제로 전투경찰의 시위진압 투입을 단계적으로 정규경찰로 대체하여 일정기간이 지난후 전투경찰로 하여금 치안업무보조에서 완전 손을 떼게 하자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신민당측은 대간첩작전과 치안업무보조를 수행토록 규정하고 있는 전투경찰대설치의 목적부분중 치안업무보조부분을 완전 삭제함으로써 전경의 시위진압투입을 근원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민생치안이 국가적 관심사로 부각돼 있고 경찰인력의 태부족이라는 현실을 감안,교통정리나 방범활동등 순수한 민생치안보조부분에 한해 의경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조항을 부칙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백골단의 해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집시법중 위법집회 및 시위진압에 동원되는 모든 경찰은 정복착용을 의무화하도록 개정하고 경찰관직무집행법상 규정된 무기 및 장구이외에는 일체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삽입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의 시각차도 그렇지만 정치권의 이같은 논의에 관해 정부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측은 이번 사태가 전경의 과잉진압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격렬시위 양상이 없어지지 않고있는 상황에서 경찰만 제약을 가하면 시위진압도 어려울 뿐아니라 경찰의 사기저하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경찰에 대한 일방적조치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야정치권은 노대통령이 통치권차원에서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으며 2일오후 청와대에서 열리는 노대통령과 김영삼 민자당대표간의 정례회동에서 큰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
김대표는 구체적 개선방안은 제시하지 않지만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백골단의 해체를 비롯,시위에 대처하는 근본적인 방식에 있어서도 무력진압을 탈피해 경찰이 평화적 시위를 보장하고 보호하를 형태로 바꿔 불법·폭력시위에 대해서는 일반국민의 제재를 받도록 하자는 방안을 건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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