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영남 명창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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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호남지방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우리 전통예술 판소리가「청소년 판소리 전수 소」의 준공으로 국악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영남지방에도 뿌리내리게 됐다.
제16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90년) 판소리 부문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명창 이명희씨(45·경북대 예술대 강사)가 27일 경북 청도군 감전리198의2에 대지 2백 평, 건평 1백53평 규모의 아담한 청소년 판소리 전수 소를 열었다,
이날 전수 소 준공기념 공연으로 문하생들과 함께『홍보가』를 완창한 이씨는『평소국악인들이 대도시에 칸막이로 된 비좁은 공간에서 연습하며 느끼던 불만을 해소하고 판소리를 영남의 청소년들에게도 확대보급하기 위해 청소년 판소리 전수 소를 지었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가 전주 대사습에서 대통령상으로 방은 상금 5백 만원과 사재 4천5백 만원으로 청도에 빈 농촌 집을 사들여 청소년 판소리 전수 소 공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6개월 동안 꼬박 공사장에서 인부들을 뒷바라지하면서 함께 일하느라 손까지 부르 텄다』며 이씨는 거칠어진 손을 내보였다.
대구에서 1시간 거리의 자연 환경이 수려한 농촌마을에 문을 연 청소년 판소리 전수 소는 30∼40명이 한꺼번에 판소리 지도를 받을 수 있는 큰방 1개, 수련 생 숙소 4개, 식당, 목욕탕으로 꾸며져 있다.
이씨는 지금까지 대구시내에서 국교 생 2명, 중학생3명, 고교생 5명, 대학생 7명, 일반인 13명 등 30명의 문하생들에게 판소리를 지도해 왔다.
앞으로는 매 주말과 겨울방학·여름방학을 이용해 판소리를 배우려는 영남지방 청소년들과 이 전수 소에서 숙식을 함께 하며 판소리를 가르칠 계획.
또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청소년 판소리 전수소 규모를 배 이상으로 늘려 영남지방에도 판소리가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온상의 역할을 해내겠다는 각오다.
경북 상주군 낙동면 상촌리에서 태어난 이씨는 어릴 때 어머니가 즐겨 타던 가야금 운율에서 국악에 대한 흥미를 느껴 l4세 때인 1960년 서울로가 당시 종로3가에 있던 한국정락회 김소희 명창의 문하생으로 입문해 판소리와 가야금을 익혔으나 부모의 반대로 고향으로 되돌아왔다. 그러던 중 남편 정춘덕씨(45)가 지난 82년 생일선물로 가야금을 사주는 바람에 김소희 명창을 다시 찾아가 국악공부를 계속, 지난해 전주 대사습에서 대통령상을 차지한 것이다.
대구·경북지역 교수들을 주축으로 89년 창립된 우리 국악 회(회장 김덕환·50·대구시립 국악단상임 지휘자)회원이기도 한 이씨는 고교·대학교단에서도 판소리 보급에 온 정성을 쏟고 있다.
경북대 국악과 이동복 교수(42)는『판소리의 발상지는 호남이므로 영남지방에서는 판소리보급이 어렵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이같은 전수 소를 마련한 이씨의 집념이 강하고도 놀라울 뿐』이라며 이제부터라도 뜻 있는 사람들이 함께 거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청도=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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