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에디터칼럼

'버블세븐'을 과거의 전설로 만들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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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천안의 한 대학교 교수인 B씨는 아들이 외고에 들어가자 '기러기아빠'가 됐다. 학교 바로 앞에 있는 아파트를 전세로 얻어 부인과 아들을 서울로 올려보낸 것. 1년쯤 그렇게 살다가 아예 천안 집을 팔고 서울로 이사를 했다. 개포동에 새 집을 구했다. 상일동과 그리 멀지 않은 데다 이른바 '강남 8학군'지역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회사 선배인 C씨는 '대전'에 산다. 대전광역시가 아니라 '대치동(서울 강남구)에 전세 사는 것'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대치동에 유명한 학원이 많기 때문에 집값.전셋값이 어마어마하게 비싸도 그냥 산다는 것이다.

이분들의 살 곳을 정한 첫째 요인은 '자녀 교육'이었다. 부동산과 입시제도는 이렇게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지난해 나온 여덟 차례의 굵직굵직한 부동산대책 어디에도 교육 이야기는 없다. 그도 그럴 것이라 생각이 된다. 입시제도가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꼬여 있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장관이 바뀔 때마다 손질을 거듭하면서 너무나 복잡해졌다. 수시.정시의 구분에서부터 원점수(수능).비고과(내신) 같은 수도 없는 '전문용어'들…. 알면 알수록 더 헷갈리는 게 입시제도다. 그러니 학생 실력에 맞춰 지원할 곳을 찍어주는 입시상담만 전문으로 해주는 학원까지 번창한다. 부모들은 자신의 지식으론 아이들을 지도할 수 없으니 학원에 의존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인기학원이 몰려 있는 곳이 인기 주거지가 된다.

이런 교육시스템은 또 일자리 문제와 직결돼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1월 1일 하루 동안 주요 취업포털에 구직 신청을 한 건수가 7000건에 달했다고 한다. 직장을 못 구해 얼마나 답답했으면 남들 다 노는 새해 첫날부터 이력서를 등록하느라 인터넷을 뒤적여야 했을까.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이니 죽기 살기로 명문대학, 인기학과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현 정부는 해마다 일자리 창출을 최대 경제목표로 내걸어 왔다. 하지만 한 번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처럼 국가적 난제인 부동산-교육-일자리 문제는 얽히고설켜 있다. 따라서 대책도 보다 정교하고 복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값이 뛰자 정부는 세금을 대폭 올렸다. 투기와의 전쟁도 선포했다. 그 덕분인지 요즘엔 부동산시장이 조금 잠잠해졌다. 심지어 집값이 급락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로 인한 가계부실이 금융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언제 또 오를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집값을 오르게 한 요소들은 많은데 그런 요소들에 대한 근본 처방, 복합 처방이 안 되고 있어서다.

"기업이 투자를 안심하고 할 수 있게 규제를 풀고 기업가정신을 복돋워준다→기업은 사업을 키우고 자연스레 일자리도 늘어난다→일류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웬만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입시에 올인(다걸기)하는 풍조가 상당 부분 치유된다→'강남 8학군' 같은 기현상이 사라진다→'버블 세븐'이란 용어는 전설로 남는다."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민병관 경제부문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