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 "10원이라도 탈세했다면 옷 벗겠다" 했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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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성공보수금으로 받은 5000만원에 대해 세무 신고를 하지 않아오다 소득세.주민세 등 모두 2700여만 원의 세금을 뒤늦게 낸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대법원에 따르면 이 대법원장은 변호사 시절인 2003년 4월~2005년 6월 사이 진로의 법정관리를 맡아 골드먼삭스 계열사이자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인 세나 인베스트먼트에서 모두 2억5000만원의 수임료와 성공보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관계기사 6면>

이날 공개된 수임료 내역서에는 이 대법원장이 2003년 4~6월 1심 선임료와 성공보수금으로 8000만원을, 항소심(2심)과 채권 가압류 사건의 선임료로 4000만원을 각각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10월에는 항소심 성공보수금과 상고심(3심)의 선임료로 각각 5000만원과 2000만원을, 2004년과 2005년에는 상고심과 채권 가압류에 대한 성공 보수금으로 60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 중 2004년 6월 7일 상고심에서 이겨 성공보수금으로 받은 5000만원을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고 누락시켰다.

당시 이 대법원장의 연소득이 8000만원 이상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세법에 따라 5000만원에 대한 소득세 36%와 주민세 3.6%를 적용하면 2000만원가량의 세금을 내지 않은 셈이다. 이 대법원장은 2005년 9월 대법원장 취임 이후에도 국세청에 사후 신고를 하지 않아오다 세금 탈루 의혹이 불거지자 이날 세무서에 가산세를 포함한 세금 2700여만원을 납부했다.

◆"단순 실수" 해명=이용훈 대법원장은 이날 "세무사 사무원의 단순 실수로 인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변호사 시절의 세금을 늦게 납부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해명자료를 내고 "세무처리를 전담했던 세무사 사무실 직원이 세무서에 제출하기 위해 '수입금액 명세서'를 옮겨 적는 과정에서 실수해 일어났다"며 "고의적인 일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세무사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 결과적으로 누락됐다"고 덧붙였다.

이 대법원장은 지난해 11월 19일 본지 기자와 단독으로 만난 자리에서 "변호사 시절 탈세를 했다는 의혹이 나온다"는 질문에 대해 "10원이라도 (탈세)했다면 직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이 대법원장은 당시 "항상 강조해 온 것이 법관이 청렴하지 못하면 사법부의 독립은 없다는 것"이라며 "다른 변호사들이 (탈세)한다고 해서 나도 했다고 생각하나 본데 아니다. 직접 확인해 봐라"고 강조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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