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은어 시사풍자 줄고 성 농담 늘어|서정범 교수의 『너스레별곡』서 드러난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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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서 교수는 지난해 6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친 대학생 5백여 명의 자료수집 결과를 모아 정리했다.
조사결과 가장 뚜렷한 특징은 정치·사회문제 등에 대한 예리한 비판이 담긴 시사적 풍자가 양적으로 줄어들고 질적으로도 진부해진·반면, 단순히 「한번 웃고 마는」 무의미한 우스갯소리와 노골적인 성 관계 농담 등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더욱 바람직하지 못한 것은 표현방법마저 상당히 거칠어져 상소리와 욕설이 많이 반복 사용된다는 점이다.
물론 무의미한 우스갯소리에도 본능적 웃음을 자아내는 재치는 살아있다.
대표적인 예를 「방귀 시리즈」 「화장실 시리즈」 등에서 볼 수 있다. ▲어떤 아가씨가 할머니와 택시에 합승했다. 방귀를 참을 수 없어 생각 끝에 손가락으로 유리창문을 문질러 「뽀드득」 소리를 내면서 그 순간을 이용, 방귀를 뀌었다. 이때 할머니 왈 『소리는 그렇다 치고, 냄새는 어떻게 하지』 ▲하숙집 딸이 화장실을 다녀올 때마다 손을 씻어 청결함에 감탄한다. 그런데 하루는 손을 씻지 않아 물어보자 여학생 왈 『오늘은 마침 휴지를 가져갔거들랑요』 ▲이구동성=코풀며 방귀뀌기.
「욕설시리즈」는 재치 있지만 상소리를 남발해 지나친 저속화를 우려하게 만든다. ▲할머니 욕 시리즈=할머니가 택시를 탔는데 요금이 1천원 나오자 3백원만 낸다.
운전사가 화를 내자 할머니 왈 『이××놈아, 7백원부터 시작했잖아』(1탄). 할머니가 택시를 또 탔다. 요금이 2천원 나왔는데 1천원만 낸다. 운전사가 화를 내자 할머니 왈 『이 ××놈아, 너랑 같이 타고 왔잖아』(2탄). 반복되는 욕설에 초점을 맞춘 시리즈는 5탄까지 계속된다.
범죄집단에서나 쓰일법한 거친 은어가 많이 보이는 것도 저속화의 대표적 예로 지적될 수 있다. ▲깔따구=여자친구 ▲야리=담배 ▲심플=단순한 놈 ▲뽕 빨 났다=미팅이 깨졌다 ▲골개비=지도교수 ▲단개비=강사.
한편 정치적인 소재를 다룬 속어들은 비판의 날카로움이 무뎌졌지만 예전보다 더욱 짙은 불신과 냉소를 담고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에는 야권통합 실패 이후 여권은 물론 야권까지 혐오하는 내용이 많아 주목된다. ▲장기집권해도 말없는 자리=야당총재 ▲요즘 국회의원=국해의원 ▲3대 불가사의=①럭비공이 튀는 방향 ②여자의 마음 ③정치인의 속셈.
「개작시 시리즈」에도 이 같은 경향은 뚜렷하다. ▲신하여가=야당인들 어떠하리 여당인들 어떠하리/유신본당 5공본류와 함께 한들 어떠하리/그러나 날 따르시오 다음 정권은 나라오.
그러나 「북한시리즈」는 상당수가 냉전적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해 유치한 느낌까지 갖게 한다. ▲북한 햄버거의 빵 사이에는 뭐가 들어 있는가=고기 배급표 ▲김일성이 땅굴 파는 이유=『내 무덤 내가 파는데 뭐가 어때』.
대학생활을 소재로 한 속어는 최근 대학생들의 가치관 변화를 설명해 준다. 재치 있는 농담도 많지만 「공부하기 싫어하는」 풍속도를 반증하는 농담이 많아진 점 등은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학교주변 유해시설이 학력고사에 도움 주는 요소=디스코테크(영어 ), 당구장(물리), 술집(화학), 여관(생물학) ▲과대표 능력평가 기준=①레포트는 무조건 마감 연기시킨다 ②틈만 나면 꼬투리 잡아 휴강시킨다 ③기말고사 기간 일을 만들어 시험을 거부한다 ▲여대생의 미팅 파트너에 대한 첫 질문 변화=『멋진 사람이어요』(l학년), 『춤 잘 추나요』(2학년), 『술 잘 마시나요』(3학년), 『전공이 뭐죠』(4학년) ▲대학가 7대 바보=①서울대 가서 「고등학교 때 공부 잘했다」 자랑하는 사람 ③연세대 가서 「우리 집 잘산다」자랑하는 사람 ③이화여대 가서 「옷 많다」 자랑하는 사람 ④고려대 여학생하고 미팅하는 사람 ⑤서강대 캠퍼스 구경가는 사람 ⑥경희대 캠퍼스 구경 안가는 사람 ⑦한양대 축제구경 안가는 사람.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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