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어? 황진이 예고편이 아니었네 … 드라마 같은 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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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드라마 '황진이'(KBS)가 끝난 뒤 황진이(하지원 분)의 도도한 표정이 다시 등장하면서 흘러나오는 성우의 코멘트다. 다음 회 예고편으로 오해받기 십상. 그러나 이 짧은 동영상은 '얼굴 선이 곱구나. 선이 고운 절세가인, 광동 옥수수 수염차'라는 끝맺음과 함께 광고임이 드러난다. 드라마 속 황진이의 이미지를 광고 컨셉트로 차용한 것이다.

①드라마 황진이 콘텐트를 차용한 광고.②‘웃찾사 ’ 무대와 출연진을 활용한 광고.


특정 드라마가 뜨고 난 뒤, 드라마 이미지나 출연 배우를 이용하는 기존 광고 관행과 달리 이 광고는 처음부터 광고 대행사가 드라마 제작사와 계약해 드라마 콘텐트의 사용 권한을 얻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드라마의 브랜드 자산을 광고 등 마케팅에 활용하는 국내 첫 시도다.

광고대행사 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 김태용 수석국장은 "흥행이 예상되는 드라마와 연계해 드라마 캐릭터를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한 매개체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드라마.영화.노래 등의 문화 콘텐트를 광고 및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BE:Branded Entertainment)'가 각광받고 있다. 말 그대로 엔터테인먼트 콘텐트에 브랜드가 녹아들어가는 것이다.

삼성전자 애니콜은 SBS의 인기 개그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의 출연진과 무대를 그대로 활용한 '애찾사(애니콜을 찾는 사람들)' 동영상을 얼마 전 애니콜랜드(www.anycall.com)에 올려 큰 인기를 끌었다. 웃찾사 출연진이 휴대전화 애니콜을 소재로 한 '형님뉴스' '그때 그때 달라요' 등의 코너를 만든 것.

최근 보아가 싱글곡 '키 오브 하트(KEY OF HEART)'를 국내 발매에 앞서 올림푸스 코리아 광고(보아-사이보그의 사랑 편)의 배경음악으로 론칭한 것은 가요가 BE의 소재로 활용된 사례다. SG워너비의 3집 앨범 타이틀곡 '내 사람: Partner For Life'은 삼성생명의 슬로건 송으로 활용됐다. '내 사람'의 부제인 'Partner For Life'가 '고객의 인생과 함께할 파트너'라는 기업 슬로건과 일치한다는 이유로 삼성생명이 SG워너비 측에 공동 프로모션을 제안하면서 제휴가 이뤄진 것이다.

BE는 브랜드와 스토리의 부조화 등 기존 PPL(Product Placement, 영화.드라마 등에 상품을 등장시키는 간접광고)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PPL보다 한 단계 진화한 마케팅 기법이란 평가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콘텐트에는 열광하면서도, 원하지 않는 광고나 PPL 등은 스팸메일처럼 무시해버리는 젊은 세대의 눈길을 잡아두려는 업계의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드라마 매니어 등 적극적인 문화 소비자들을 잠재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게 BE의 장점"이라며 "BE 콘텐트는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미니홈피 등으로 옮겨지며 큰 확산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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