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국민 전의 높다”(특파원코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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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평화촉진단체 미국 청년 목격담/전화·식량난 견뎌/군은 오히려 위축
『이라크 사람들은 평화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랍국가로 살아남기 위해 최후까지 싸우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걸프전쟁 개전직전 국제적 평화촉진단체 「걸프 피스 팀」(걸프평화를 바라는 팀)의 일원으로 바그다드에 들어갔다 최근 요르단수도 암만으로 귀환한 미국인 청년 조제프 퍼슨스(27)는 다국적군의 대량공습에도 불구,이라크인들의 사기는 높다고 전했다.
퍼슨스는 펜실베이니아주 출신의 음악가로 바그다드 폭격이 있기 직전인 16일 아침 암만으로부터 육로로 이라크에 들어가 티그리스강에 인접한 일명 허니문섬(움 알하나지르섬)의 캠프에 참가했다.
폭격이 심해지자 바그다드시 중심부인 라시드호텔로 피신했다 22일 다시 암만으로 빠져나왔다.
다국적군의 바그다드 공격이 시작된 것은 17일 새벽.
『무서우리만큼 대공포·미사일이 발사되었고 공중폭격도 매일밤 이어졌다. 19일까지는 시주변부에 집중적인 폭격이있었지만 20,21일은 시가지에 미사일·포탄이 떨어졌다. 1발은 라시드호텔로부터 불과 70m거리에 떨어졌다.』
『나는 거의 호텔안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상세한 상황은 몰랐지만 상당수의 건물이 파괴되었다. 전략지점만의 공격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퍼슨스에 따르면 이 호텔에 피난한 아이들만 약 2백명이고 상점들은 대부분 철시했으며 상당수 시민들이 시외로 피난했고 식료품도 떨어져가고 있다고 한다.
퍼슨스는 『모두들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기타나 피아노를 쳤다. 사람들은 「적국인」인 나를 한 인간으로 대접했으며 적의는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스 팀」은 걸프전쟁의 중지를 요구하며 세계 각국에서 약 1천8백명이 이라크내 바그다드나 사우디아라비아국경에 캠프를 치고 평화를 호소해 왔는데 아직 9명이 남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퍼슨스는 『이라크인들은 이라크가 국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싸우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라크 사람들이 사담 후세인을 이스라엘이나 대국들에 의한 경제적·사회적 중동지배에 대항,처음으로 일어난 영웅이라고 생각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17일 개전 이후 다국적군의 엄청난 공습을 당해온 이라크군의 사기는 이들 시민처럼 높지 않음을 보여주는 징후도 발견된다.
지상전을 앞두고 이라크군의 보급상태를 점검하던 다국적군은 그들이 포로로 잡은 이라크군인을 통해 이라크군이 극심한 보급난에 처해있음을 알았다고 전했다.
이라크군 포로들은 기생충으로 들끓었고 상처치료도 거의 받지 못하며 식사도 하루 한끼 이상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포로들은 바다에 수류탄을 던져 물고기를 잡다 잡히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두사례는 전쟁의 피해에도 불구,사기가 높은 이라크 국민들과 전선에 나가 있는 병사들의 전쟁에 대한 느낌이 크게 다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하는 묘한 대조로 보인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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