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 부품업체, 잇단 해외기업 사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일본 자동차 업계의 유례없는 호황을 배경으로 일본의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월스트리저널(WSJ)이 7일 보도했다. 해외로 진출한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현지 생산을 대폭 늘리자 부품업체들이 그 수요를 맞추기 위해 해외 부품기업을 사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엔진부품에서 안전유리, 고가 페인트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일본의 타이어업체 브리지스톤은 5일 10억5000만 달러에 미국의 재생타이어 장비업체 밴댁(Bandag)을 인수했다. 이로써 브리지스톤은 재생타이어를 허츠.어비스 등 렌터카 업체들에 공급하는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동시에 전세계 900여 개의 딜러를 배급망으로 얻게 됐다.

자동차용 유리 제조업체 니폰 시트 글라스는 같은 업종의 영국 필킹턴 PLC를 38억 달러에 사들였다. 아사히테크는 미국 부품업체 메탈다인을 2억1500만 달러에, 니폰페인트도 미국 필라델피아의 자동차 코팅업체인 롬&하스를 2억3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일본자동차공업협회(JAMA)가 집계한 일본 자동차 판매 현황에 따르면 1~10월 수출이 내수를 19년만에 추월했다.

여기다 올해 일본 차의 해외공장 생산은 사상 처음으로 국내 생산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해외 공장은 경차 및 하이브리드카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다. 특히 미국에서 고유가 탓에 연비가 좋은 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니폰 시트 글라스의 M&A 자문으로 참여한 라자드의 하타케야마 야스 연구원은 "일본 자동차 회사가 미국과 유럽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이에 따라 부품공급업체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립하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톰슨파이낸셜에 따르면 올 들어 일본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많은 181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2004년(81억 달러)에 비해서는 두 배가 넘는 액수다.

도시바가 54억 달러에 미국 원자력 발전설비 생산업체인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한 것이나, 에어컨 업체 다이킨이 말레이시아의 O.Y.L을 21억 달러에 사들인 것도 올해 일본기업의 대형 M&A로 꼽힌다.

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