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와 의원(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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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어느 국회의원이 갑자기 쓰러졌다. 급히 외과의사를 불러 검진을 시켰다. 그는 머리를 만져보더니 『쇳덩어리에 부딪쳐도 괜찮을 석두』라며 별 이상이 없다고 했다. 이번엔 내과의사를 불러 진찰했다. 비로소 원인이 발견되었다. 허겁지겁 삼킨 지폐가 목에 걸려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이것은 우리나라 얘기가 아니다. 아득한 18세기 영국의 한 신문에 실렸던 만화 내용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병원에서 어떤 환자의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 보았더니 머리부분이 온통 시커멓게 나왔다. 위에서도 이상한 물체가 보였는데 그것은 무슨 봉투같았다.
그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본 의사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 평소 들어보지 못한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부인이 그 청진기에 귀를 대보았더니 맥박소리보다 더 크게 『나라 망할 짓,나라 망할 짓』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후 혈액검사실의 의사가 달려왔다. 피는 없고 알콜성분만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역시 영국의 한 신문에 난 만화 얘기다. 그 환자가 어떤 사람일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요즘 영국엔 그런 정치인이 없다.
정작 우리나라에 난데없이 그와 비슷한 국회의원들이 나타나 걸프전쟁도 물리치고 당당히 신문의 머리기사에 올랐다.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우선 그들의 강심장이다. 국내정치야 국회가 죽을 쑤든 말든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유유자적 가족까지 대동하고 세계유람을 다녀왔다.
그 뒷돈을 대준 곳이 가관이다. 이름도 많고,허울도 좋은 무슨 협회라는 단체들은 퇴물관사들의 사랑방인줄 알았더니 어렵사리 사업하는 기업들로부터 구렁이알 같은 돈을 거두어 국회의원들 외국구경 시켜주는 일에 뿌렸다.
이것이 문제가 되자 변명이 걸작이다. 그것은 그전부터 있어온 관례이며,「입법자료 수집차」 외유를 했다는 것이다. 「입법자료 수집」이라니…. 소(우)도 웃을 일이다.
자,이런 정치인들을 위해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꼭 하나 있다. 다음 선거에 어디 두고 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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