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후의 서울 이슬람성원/갈라선 무슬림 평화기원 “알라” 예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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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평소보다 신도줄어 한산/이라크­사우디인 “서먹”
18일 오후 1시 페르시아만 전쟁 발발이후 첫 예배가 열린 한남동 이슬람중앙회 성원은 숙연하고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우리나라에 머무르고 있는 회교권 14개국 공관원과 일부 내국인 등 3,4백명이 가득 메우곤 했던 예배당은 평소보다 훨씬 적은 2백명 정도만이 참석했다.
예배에 참석한 대사는 전쟁당사국인 이라크와 브루나이·수단대사 등 3명뿐.
다국적군의 일원인 사우디아라비아는 공관직원 3,4명만 참석했고 이밖에 모로코·말레이시아·인도·파키스탄의 일부 공관원과 유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주상수 중앙회 사무차장(31)은 『회교신도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금요일예배에 이렇게 적게 참석하기는 처음』이라며 전쟁의 여파를 실감하고 있었다.
1백20여명의 남자와 80여명의 여자가 각각 1,2층으로 나눠앉은 이날 예배는 이행래 이사(54)의 주재로 진행됐다.
이날의 이맘(예배인도자)인 이이사는 한국어 설교를 통해 전반부에서는 「믿음과 실천」을 강조한 뒤 후반부에서는 페르시아만 전쟁의 평화적 해결을 기원했다.
이맘은 『지금 이시간에도 고귀한 생명들이 전장에서 쓰러지고 보다 더 많은 우리의 무슬림형제들이 갖은 고난과 시련을 겪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런 상황에 처한 우리들로서는 안타깝게도 도울 수 있는 길이 거의 없어 마음은 더욱 답답하기만 하다』며 비장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하루속히 전쟁이 종식돼 우리의 형제나라에 영원한 평화가 이룩되고 안정이 되돌아와 하느님의 평화를 구가할 수 있도록 하시고 형제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도록 가호해 주십시오.』
알라신을 향한 이맘의 기구를 끝으로 30분간의 예배는 끝났지만 어두운 표정의 신자들은 쉽게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한채 평화의 기원을 계속했다.
부인·어린 딸과 함께 승용차에 올라 성원을 떠나기 직전 예배후의 심경을 질문받은 가잘 이라크 대사는 굳은 표정으로 『노 코멘트』라고만 대꾸했다.
무슬림형제 국가들간의 적대와 대립의 긴장이 이역만리 평화지역에서도 가시기가 쉽지 않은 듯 다른 신도들도 간단한 수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신자자격으로 예배에 동참했던 한국 이슬람학생회 회장 이정규군(26·외대 아랍어 3)은 『평소에는 대사를 포함한 각국 공관원들이 모두 참석해 예배전후에 서로의 근황을 묻는등 활기가 있었는데 오늘은 전쟁탓인지 전혀 딴판』이라고 달라진 분위기를 안타까워 했다.
역시 예배에 참석했던 중앙회의 배삼진 이사장(68)은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 무슬림형제들간의 반목과 대립이 종식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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