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초상』『은마는...』『누가 용의...』설날 전후 개봉 방화 3파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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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새해 들어 한국영화에 대한 기대심리가 고양돼 있다.
이 기대감은 관객과 영화인 공유의 심리다.
방화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지난 해『장군의 아들』이 상징하듯 관객은「이제 한국영화도 볼만하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고 영화인은「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어느 정도 갖췄다.
이를 반영하듯 30여편의 무더기방화제작이 새해 영화계에 70년대이래 일찍이 볼 수 없던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제작중인 작품들은 종전처럼 싸구려 저질의 영화가 아니라 대부분 문화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관객들은 이를 이제 영화계가 과감한 투자, 소재의 확장을 무기로 외학에 맞서는「공격적 방어」자세로 전환한 것으로 보고 환영하고있다.
관객들은 연말 개봉된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 상영 한 달도 채 안돼 10만 명이 몰려가 영화계의 사기를 한껏 끌어올리는 중이다.
이렇게 방화 중흥의 기운이 고조된 가운데 제작기간 내내 관심을 끌었던 세 작품이 설날(2월15일)을 전후해 일제히 개봉된다.
『젊은 날의 초상』(태흥 영화),『은마는 오지 않는다』(한진 흥업),『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서울필름)가 그것들로 저마다 나름의 작품성·흥행성을 갖춘 기대주들이다.
영화계는 이 세 작품이 지난해『남부군』『장군의 아들』등의 성공이 결코 일과성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줄 것으로 기대하며 개봉 후 결과를 예의 기다리고 있다.
『젊은 날···』등은 외견상 관객들의 눈길을 끌만한 관심요소가 많다.
우선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는 알려진 대로 본격적인 정치소재 영화로는 첫 작품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정치소재 영화는 홍보용 목적성이 아닌 경우엔 당국의 적극적 제재와 영화인들의 소극적 자세 때문에 제작되지 못했었다.
또 안정효씨의 소설『은마』를 영화화한『은마는 오지 않는다』는6·25전쟁 중 미군들의 추악한 한국여인 추행을 영화의 도입부로 삼고있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미국이 이유야 어떻든 전쟁 중 남한의 적화를 막아줬다는 역사적 사실과는 별도로 미국이 한국 사회에 적잖은 폐해를 끼쳤으며 그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작품이다.
그리고『젊은 날···』은 인기작가 이문열씨의 자전적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해 무엇보다 흥행성이 강하다. 이씨의 소설은 지난해『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가 영화화돼 서울개봉관에서 32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 흥행성을 과시한 바 있다.
위 세 작품은 또 30대 감독으로 선두그룹에 나선 곽지균(37·젊은날···), 장길수(37·은마는···), 강우석(32·누가 용의···)감독간의 자존심 싸움도 걸려 있어 결과가 흥미를 자아낸다.
86년 데뷔작 『겨울나그네』로 그 해 최고 흥행기록(36만 명)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던 곽 감독은 89년 다시『그 후로도 오랫동안』이 24만 명의 관객을 동원, 자타 공히 감각적인 영화의 앞자리에 서있다.
85년 데뷔작 『밤의 열기 속으로」로 대종상 신인감독상을 받았던 장 감독은 지난해 『추락하는···』의 홈런 여세를 『은마는···』에 연결시키려는 기대에 차있다.
강 감독은 88년 『달큼한 신부들』로 데뷔, 사회성을 가미한 코믹물에 주력하다 이번 『누가 용의···』로 새 장르에 손댔으며 89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로 큰 히트를 치는 기쁨을 맛 봤었다.
정치권력 심층부의 대권을 향한 음모와 비인간적 측면을 한 방송기자가 파헤치는 『누가 용의···』에는 안성기·신성일·박근형 등이 나으며 미스코리아 출신 김성령이 데뷔한다.
20대의 방황과 좌절, 그리고 극복을 그린『젊은 날···』에는 정보석·이혜숙·배종옥·옥소리 등 젊은 스타들이 경연한다.
미군에 겁탈 당한 순박했던 시골여인이 주위의 냉대를 견디지 못해 양 색시로 전락해 가는 과정을 그린『은마는···』에는 이혜숙·김보연·손창민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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