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기마 민족답게 말이 자주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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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속담과 수수께끼는 민중의중지로 만들어낸 진귀한 말의 보물이다.
몽골 속담과 수수께끼 중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 소재만을 살펴보기로 한다.

<안부 물을 때 사용>
동 몽골 지역에서는 「말 등에 하나는 노래, 또 하나는 속담이라는 두 개의 보물을 갖고 다닌다」는 말이 전해져온다. 이는 그처럼 속담을 실생활에서 중히 여긴다는 뜻이다. 속담은 옥처럼 소리가나고 금처럼 값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고대 유목 민족들의 선물 중에는 늘 속담이 곁들여져 있었다.
동 몽골인은 서로 만나 안부를 물을 때 보통 「꽃이 만발한 곳에 벌이 많이 모이듯 마음이 착한 이에게 친구가 많이 모여든다」고 말한다. 곧 서로 숭상하고, 존중하고, 축복한다는 표시로 이 같은 말로 안부를 묻는다. 이별할 때에도 운치 있게 「초생달도 보름달이 된다」는 속담을 자주 주고받는데 이는 달이 차면 기울고, 기울자 이내 다시 차듯 조만간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뜻이다.
몽골 족 속담에는 유목민족들의 자연 현상이나 사회현상, 절조 있는 언어, 노동계급의 투쟁경험, 사상·감정의 전형적인 표현기교 등이 발견된다. 속담은 이처럼 교육적인 뜻이 풍부한, 민간언어를 이용한, 장기간에 걸친 관찰로 만들어낸 그들 나름대로의 언어 예술의 결집체였던 것이다.
만일 언어를 철광석 만들기에 비유한다면 용광로에서 연마되어 나온 쇠붙이처럼 정제된 것이 속담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그들은 「우물 안에 새우가 없듯이 속담에는 거짓말이 없다」는 신념 속에 살고있다.
또 현존하는 많은 속담들은 옛 속담에서 나온 것들이다.
몽골인들은 옛날부터 속담을 그들의 「도덕경」쯤으로 여겨 왔으며 속담은 「낮에는 눈, 밤에는 귀」의 구실을 하고 있다고 믿어왔다.

<도덕경으로 여겨>
중국에서 간행된 정훈열의『언어수책』(지식출판사간·1985)에 나온 몽골속담 l백60수를 분석한 결과 동물속담이 가장 많이 나왔다. 그 순위는 말이 20개로 가장 많고 다음이 소(8), 양(6), 개(5), 낙타(5), 호랑이(4)순 이다. 우리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그러면 그들 속담 속에 말이 빈번히 등장하게 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속담의 창작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면서 교섭관계가 가장 밀접하고 정을 준 대상부터 시작된다. 그리하여 한국의 경우 개·소·호랑이·말·쥐, 곧 한국인과 주거를 같이해온 개와 소가 제일 많은 소재를 점하고 있으며 몽골 족은 초원민족이고 기마 민족이기에 말을 빈번히 속담에 원용해 썼던 것이다.
◇좋은 말이 걸음을 걸을 때에는 온정하고, 좋은 사람이 발음 할 때는 겸허하다.
◇진정으로 좋은 말은 안장이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은 의복장식을 가리지 않는다.
◇좋은 말은 끝까지 가고, 대장부는 일을 하면 끝까지 한다.
◇말떼가 달리는 것은 말 우두머리가 있는 것이고, 기러기 떼가 나는 것은 기러기 우두머리가 있기 때문이다.
◇잡초가 많은 곳이 소와 양이 잘 자라고, 민중이 많은 지방이 지혜가 많다.
◇고기를 먹으려면 우선 양을 기르고, 밥을 먹으려면 우선 밭을 갈아야 한다.
◇산양이 제아무리 뛰어도 높은 산과 부딪쳐서 산을 넘어뜨리지 못하고, 낙타가 제아무리 뛰어도 하늘에 올라가지 못한다.
◇제 몸체의 낙타 흔적을 말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빈대 발을 말한다.
◇나쁜 놈은 진리를 견지하는 사람을 미워하고, 나쁜 개는 막대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
◇산을 떠난 늙은 호랑이는 제 힘을 발휘할 수 없고, 물을 떠난 물고기는 생존하기 어렵다.
◇떼를 지은 까치는 혼자서가는 호랑이보다 힘이 있다.
◇재간이 있어야만 사자머리를 놀 수 있고, 담낭이 커야만 호랑이의 궁둥이를 만질 수 있다.
동물과 관련된 몽골의 대표적인 속담들이다.

<사람의 지식 시험>
몽골 족의 수수께끼 발생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일찍이 씨족 사회 시대 말기에 싹 텄을 것으로 보인다. 원대에 이르러 수수께끼는 사람들의 지식을 시험한다거나 경축할 때 쓰였고, 또 오락의 주요 내용이 되었다.
문헌에 「날카로운 칼날을 입에 물고, 날개를 등에 끼고, 가슴을 용감하게 펴는 것은 금학비상하는 것과 같다」고 나오는데 이는 「활」을 두고 만든 수수께끼다. 고대 몽골 족의 수수께끼는 시의 형식으로 수수께끼의 힌트가 될만한 사항을 꺼내고, 또한 시의 형식으로 수수께끼의 정답을 풀어나갔다.
곧 수수께끼의 정답이 표면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수수께끼의 암시 사항만을 꺼내 보이고 이것을 해결하는 형식으로 된 것이 그 정형이다.
몽골 동부지구에서 수집·정리된 수수께끼를 보면 대체로 사물 수수께끼와 사건 수수께끼로 크게 구분되나 사물 수수께끼가 주를 이루고 있다. 사물 수수께끼는 대부분 초원에서 늘 보는 동물·식물·광물·생산도구와 사람 및 신체기관을 정답의 대상으로 삼고있다.
『집 곁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낯선 사람이 오면 앞에서 쉬나, 만약에 주인을 보면, 홀연히 한 쪽으로 숨는다.』
이 한편의 수수께끼 시의 해답은 일상생활에서 늘 보는「자물쇠」이나, 위의 시는 몽골 족 관리집의 집 지키는 개를 몰래 암시하고도 있다. 몽골 수수께끼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수수께끼 속에 수수께끼가 있다는 점이다.
『자손의 번영을 위해, 앞니가 빠지기에 이르렀고(소는 앞니가 없음), 사악한 집의 도발을 막기 위해, 머리 위에 날카로운 검이 두개 있고, 모기 등 곤충이 피를 빨지 못하도록, 다섯 척의 긴 꼬리를 달았네.』

<엄격한 운문체>
이 수수께끼는 소의 몇 가지 체위부분인 이빨·뿔·꼬리를 개괄적으로 형용하고 있다.
모두 엄격한 운문체인 몽골의 민간 수수께끼는 농민들의 지능개발·재능보충·판단력을 시험하는 언어예술 노릇을 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몽골 수수께끼의 특징 중 두번째는 바로 수수께끼가 「시적」이라는 점이다.
몽골 수수께끼는 시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특징을 그 속에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전체를 포괄하는 형상사고와 고도의 예술적 판단이 풍부해야 풀 수 있다.
『목이 없으나 도리어 소리를 낼 수 있고, 귀는 있으나 도리어 들을 수 없고, 눈은 있으나 볼 수 없고, 화살은 없으나 도리어 활은 있네』.
이 수수께끼의 답은 「마두금」(우리의 아쟁 비슷한 악기)이다. 이 한 수의 수수께끼를 보면 그 소리를 듣는 듯하고 그 형태를 보는 것처럼 시구가 평범하면서도 조화롭다. 몽골의 수수께끼는 바로 이처럼 정확하고도 알맞은 비유법, 곧 직유법·활유법·의인법·과장법 등의 수사법을 사용해 수수께끼로 하여금 더욱 신기하게 하고, 의외의 재미를 일으키게 하고 있다.【글 김선풍 교수(중앙대·구비문학) 사진 주기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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