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키위 시장개방 걱정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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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산키위(양다래)가 외국산과 맞서 끄떡없이 버텨나가고 있다.
농산물 시장개방 물결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으나 재배농민들이 품종을 개량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등 자구노력을 기울이면 우리 농산물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실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키위는 뉴질랜드·미국·칠레 등이 주요생산지로 국내에서는 70년대 중반부터 전남을 중심으로 경남·제주 등에서 4천여 농가가 연간 4천t을 생산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키위를 수입 자유화하면서 국산이 경쟁력을 잃었다고 판단, 재배농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다른 작목으로 전환할 것을 권장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키위가 열매를 따는데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인건비로 인해 아무리 대량생산되는 외국산이라도 국산보다 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미국산 키위는 수입가격(운임·보험료 포함가격)이 ㎏당 1천7백50원, 뉴질랜드산은 1천6백52원으로 국내 생산자가격 1천∼1천3백원보다 비싸며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이 타결, 현행 50% 관세가 10%로 떨어져도 외국산 소비자 가격은 ㎏당 3천∼3천4백원으로 국산(2천∼2천2백원)이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재배농민들은 한국키위 협회를 결성,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외국산아 많이 팔리는 서울시내백화점에서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벌이는 등 정면승부를 벌이는 한편 3천여 협회농가 중 2백여 농가를 선정, 품질개선에 앞장서도록 했다.
이들 우수농가가 생산하는 국산 키위의 당도는 14∼15도로 미국산 13·6도, 뉴질랜드산 14도보다 오히려 품질이 앞선다는 평을 받고있다.
한편 협회 정운천회장은 뉴질랜드를 방문, 국산키위 출하. 기인 11월 이후에는 수출을 자체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수입시기를 국산키위의 출하가 다 끝난 2∼4월(미국산), 6∼10월(뉴질랜드산)으로 조정할 수 있었다.
수출국 농민들을 적대관계가 아닌 공생의 관계로 돌려놓았던 것이다.
정 회장은 우리농민들도 『자구노력을 기울이면 농산물 수입개방이 겁날게 없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종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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