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KBS 사장 재취임 첫날 '역주행' 출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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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KBS 사장(右)이 사장 재임명 후 첫 출근길에서 출근을 저지하는 노조원에게 막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KBS 노조는 정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이날 새벽부터 주차장 입구를 에워싸고 막았지만, 정 사장은 노조의 저지선을 피해 주차장 출구로 역주행해서 청사로 들어갔다. [한국사진기자협회 제공]

공영방송 KBS 수장의 첫 출근길은 '역주행'이었다.

27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지하주차장 입구는 이른 아침부터 KBS 노조원과 취재진, 청원경찰로 부산스러웠다. 20여 명의 KBS 노조원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주차장 입구를 막고 재임명된 정연주 KBS 사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오전 9시쯤 검은색 그랜저 차량이 주차장 쪽에 모습을 드러냈다. 차는 입구 근처에 잠시 멈춰서는 듯하더니 갑자기 주차장 출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노조의 저지선을 피해 출구를 통해 기습적으로 주차장에 진입한 것이다. 차에서 내린 정 사장은 주차장과 연결된 출입문을 통해 6층 사장실로 올라갔다. 사태를 파악한 노조원 등이 급하게 뛰어갔지만 정 사장은 사라진 뒤였다. 이 과정에서 100여 명의 청원경찰과 노조원.취재진 사이에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특히 본지 기자의 카메라 렌즈가 파손되고 동아일보 기자가 폭행을 당하는 등 청원 경찰의 취재 방해가 심해 취재진이 항의하는 상황도 빚어졌다.

진종철 KBS 노조위원장은 "출입문을 놔두고 거꾸로 출구로 돌아오는 저 사람을 공영방송 KBS의 수장이라고 누가 인정하겠는가"라며 "노무현 정권이 정연주를 앞세워 다시 대선에 도전하기 위한 권모술수를 쓰는 것을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사장의 행동은 뒷구멍을 불사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역력히 보여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현 집행부의 임기가 끝나는 12월 31일까지 끝까지 싸우고 나가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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