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문제 등 양국 불신이 한·일 FTA 협상 걸림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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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래(사진) 효성그룹 회장이 독도 문제 등을 거론하며 일본 재계 지도자들에게 양국 간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한.일경제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조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양국 간의 민감한 현안을 거론하며 일본에 고언을 한 것. 조 회장은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일 재계회의에서 양국 협력 강화에 관한 주제발표를 하면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역사교과서 왜곡,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에 따른 양국 간 불신 분위기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시마네현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을 제정해 독도 문제를 촉발한 것을 두고 일본 정부는 지방정부 차원의 일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려 했지만, 독도를 한국 영토로 믿고 있는 한국인들은 영토주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고 밝혔다. 역사 교과서 문제에 관해서도 조 회장은 "한국인들에게는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아픈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에 일본의 침략과 식민 지배를 후세에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것은 역사를 왜곡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본 지도자들의 야스쿠니 신사 방문에 대해서도 한국인들의 비판적 정서를 소개했다. 조 회장은 발표 말미에 "경제협력을 논의하도록 돼 있는 자리에서 다른 이야기를 해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했으나 일본 측 인사들 사이에서 별다른 반론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양국 재계 지도자들의 우호증진을 위한 자리에서 일본 측을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 측에서 강신호 회장을 비롯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14명이 일본 측에서는 미라타이 후지오 회장 등 일본 게이단렌 회장단과 위원장단 12명이 참석했다.

한편 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건희 삼성 회장을 만나 내년 2월 결정되는 차기 전경련 회장 선임에 대해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이 회장을 회장으로 추대하려는 것보다는 만나서 재계의 앞일을 상의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회장 연임 의사를 묻자 강 회장은 "워낙 바빠 아직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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