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 폐하”
1998년 10월 7일 김대중 대통령(DJ)의 일본 국빈방문 첫날. 도쿄 황궁에서 열린 만찬장이 잠시 술렁였다. 만찬에 참석한 김 대통령이 아키히토(明仁)를 향해 ‘천황 폐하’라고 부르며 깍듯이 예우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천황 폐하 내외분” “천황 폐하가 한국을 방문하게 되길…”이라며 극존칭을 썼다. 당시 국내에서 국민 정서 탓에 주로 쓰던 ‘일왕’ ‘국왕’ ‘일황’이란 호칭을 깬 파격이었다.
일본 사람이 천황이라 하니 우리도 그대로 불러야
DJ는 생전에 남긴 구술 동영상에서 “우리 안의 열등감”을 지적하며 천황으로 올려 부른 경위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