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오랜만에 「지문폐지」 선물/일 정부 정책개선 추진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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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과의 관계도 고려 선회/지방공무원 채용차별등은 아직도 숙제
일본정부는 26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 정기각료회담을 앞두고 한일간에 정치문제로 발전할 소지를 안고 있는 재일동포의 지문날인문제에 어떤 형태로든 최종 매듭을 짓는다는 쪽으로 입장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30일 한일 외무장관회담에서 합의한 「지문날인의 협정 3세이후 면제」를 1,2세에게도 확대적용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정부소식통을 인용,22일에 이어 23일에도 계속 일본 매스컴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를 처음 보도한 아사히(조일) 신문에 따르면 일본정부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재일동포에 국한해 지문날인을 폐지하게 된 배경에는 ▲내년 1월로 예정된 가이후(해부)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지문날인문제가 정치문제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일·북한 관계의 진전에 따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한국정부의 입장을 고려할 필요가 생겼으며 ▲사실 「2세」중에는 「3세」와 동년배의 사람들이 많아 이들에 대한 지문날인 존속은 법적 형평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를 꼽고 있다.
그러나 일본정부측이 노태우 대통령 방일때 약속한 재일동포 법적지위개선의 1,2세 확대적용문제는 지문날인문제에 관한한 지난 19일 서울에서 열렸던 국장급회의에서도 『대체수단이 찾아지지 않은 단계에서 아직 이르다』고 일본측은 난색을 표시했었다.
때문에 요미우리(독매)등 일부언론은 22일 조간에서도 ①퇴거강제조건을 국사범에 한정,완화한다 ②재입국 허가기간을 현행의 최고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한다는 등 「3세」에 대한 개선책을 「1,2세」에도 준용한다고 전하는 한편,그러나 『지문날인폐지는 당장 실시하기 곤란하다』고 엇갈린 보도를 했다.
그러나 일본정부,자민당내 의견을 종합하면 원칙적으로 지문날인을 폐지한다는 쪽으로 대세가 기울어 있음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구리야마(율산)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21일 이원경 주일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도 4년만에 열리는 이번 정기각료회의의 전망과 관련,『재일동포의 법적 지위문제에 관한한 1백점은 못되더라도 한국측이 만족할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해 한국측 의견을 대폭수용할 뜻을 시사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이와 관련,한 소식통은 조총련의 테러우려등 지문날인문제 폐지에 가장 거부반응을 보이던 법무성·경찰청 등이 대 북한 관계정상화를 고려,종래의 자세를 전환한 것도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북한과의 관계개선과 아울러 치안상의 관점을 그다지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총리주변의 설득이 이들의 강경방침을 누그러뜨리는데 주효했다는 얘기도 있다.
다만 지문날인에 대치할 대체수단으로서 법무성이 검토하고 있는 현행 개인단위의 외국인등록을 가족단위로 바꾸는 「가족등록제」가 실시되기 까지에는 아직 법적인 검토작업이 필요하고 한국측도 『또다른 형태의 지문날인제도 도입이 아니냐』는 의문을 버리지 않고 있어 당장 지문날인폐지를 시행하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음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정기각료회의때나 늦어도 가이후총리의 방한 직전까지 ▲「협정 3세」에 지문날인을 면제함은 물론 1,2세에게도 이를 확대적용한다. ▲다만 대체수단이 강구될 때까지 앞으로 2∼3년간 이들에 대한 지문날인을 보류하며 ▲대체수단 강구에는 한국측과 충분히 협의한다는 선에서 매듭을 지어 내년 1월17일 이후 지문날인 제도는 사실상 재일동포에게 한해 이를 철폐하는 효과를 갖도록 한다는 쪽으로 일본측은 선물보따리를 풀어놓을 속셈으로 보인다.
한편 재일한국인의 법적지위문제와 관련,아직도 미해결인 채로 남아있는 지방공무원 채용에 대한 차별철폐 보장은 일본측이 양보를 꺼리고 있어 한국측과의 순조로운 의견접근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방공무원 채용과 병행하여 한국측이 요청하고 있는 교원채용면에서의 개선책에 대해서도 「강사」 직급까지만 채용한다는 신분제한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어 각료회의에서도 난항을 겪게될 것은 필지의 사실로 보인다.
다만 일본이 재일동포의 법적지위 개선문제와 관련,북한의 입장을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문날인 폐지문제에 대해 언급할때 일본정부가 북한계 재일조선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것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는 사실을 지적,국교정상화 이후 북한과 맺을 법적지위협정에 대해서도 장기적 배려를 한다는 점에서 일본이 대 재일동포정책에 근본적 변화를 보일 것이란 낙관적 해석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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