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점호 '순검' 자율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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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해병대가 오랜 전통이었던 '순검(점호)'을 자율식으로 전환하자 해병대 출신 예비역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21일 해병대 인터넷(www.rokmc.mil.kr)과 국방부 인터넷(www.mnd.go.kr) 자유게시판에는 "'순검' 폐지를 반대한다"는 해병대 전역자들의 글이 봇물 터진 듯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해병대를 상징하는 순검을 폐지하는 것은 '해병대의 정신을 말살하는 것과 같다'는 내용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취침 점호'인 순검은 빨간 명찰, 팔각모, '세무워커(우단 신발)'와 함께 해병대의 상징으로 인식돼 왔다.

'산천초목이 벌벌 떤다는 순검'으로 불리는 점호는 해병대원들에겐 잊지 못할 추억으로 생각되고 있다.

해병대 출신은 생활관(내무실) 앞에 일렬 횡대로 늘어서 '순검은 그날의 최종 과업으로서 인원의 이상 유무, 청결 정돈, 취침 상태 및 명일(내일)의 전투에 만전을 기함에 있다'라는 말을 외우며 점호를 받았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전역자는 "(순검을 통한)올바른 전통과 강인한 정신력이 밑바탕을 이뤄야 무적 해병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최근 병영문화 개선 방안으로 해병대의 '순검'이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병영 생활을 저해할 수 있어 다른 말로 바꾸고 부대별로 자율적으로 실시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 순검=해병대가 야간 취침 전에 하루의 업무를 정리하고 다음날의 훈련과 작전에 대비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실시해 온 점호. 오후 9~10시 사이에 소대장이 생활관(내무반)별로 인원 현황 등을 '해병대 식'으로 점검한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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