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동료 처벌항의 수칙운행/구로역 승객 소동 왜 터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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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러시아워땐 「확인 출발」 불가능/안내원 배치 등 근본대책 필요
21일 저녁 구로전철역에서 발생한 철도청소속 전동차 차장들의 태업으로 인한 운행지연과 이에따른 승객들의 격렬한 항의소동은 수도권 전철의 운영체계에 대한 근본적 문제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루 1백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수도권 전철은 지하철공사가 관할하는 시내구역과 철도청 관할 외곽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전동차도 각각 1백64량,6백량씩 별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구간이든 그간 연발·착 사고나 서비스 부재 등을 이유로 승객들의 항의사태가 잇따랐던 것.
가장 큰 문제는 유리창이 깨져나갈 정도로 정원의 최고 4∼5배까지 몰리는 승객과 이들 승객의 안전 승·하차를 돌볼 역무인력의 부족이다.
전동차의 경우 기관실에 1명의 기관사와 맨뒤칸에서 버튼조작으로 자동문을 여닫는 차장 1명이 사실상 모든 운행책임을 맡고있다.
차장 1명이 12∼20개에 이르는 열차 출입문의 승객 승·하차를 모두 확인한뒤 문을 닫으면 기관사가 출발하게 돼 있는 것.
그러나 곡선구간의 역이나 승객들이 아우성치며 몰리는 러시아워때엔 사실상 「안전출발」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또 물건이나 신체의 일부가 문사이에 끼면 다시 열리도록 한 감지장치도 틈새가 2㎝미만이면 작동하지않게 돼있어 옷자락이나 가방끈·머리칼 등이 낀채 출발해 발생한 안전사고도 여러번 있었다.
이같은 근본적 문제때문에 철도청 소속 전동차 차장 2백7명은 20일 오전10시 구로전철역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사고를 낸 동료차장 임대선씨에 대한 형사처벌이 지나치다는데 의견을 모아 사실상 태업을 결의했다.
이들은 『불과 30초라는 짧은 시간동안 혼자서 승객들의 안전승차를 모두 확인해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안전수칙을 지켜가며 운행하자』고 대응방침을 세운 것이다.
이에따라 청량리·동대문·서울역 등 곡선승강장을 지닌 서울시내 7개 역에서 20일 정오를 기해 출입문을 돌며 일일이 승차완료여부를 확인한뒤 문을 닫아 평소 30초간 정차하던 것을 3∼4분씩 지연시키는 「자연스런」태업에 들어간 것.
결국 수도권 전철의 운행시간이 평소보다 크게 지연돼 청량리∼인천의 경우 평소 1시간에서 심할 경우 2시간씩 걸리게 됐다.
이 때문에 피곤한 퇴근길 콩나물시루같은 열차 안에서 역무원들의 시위로 인한 거북이 운행은 승객들을 참지 못하게 하고 폭력까지 빚게한 원인이 된 것이다.
이같은 근본문제에 대해 차장들은 철도청측에 ▲곡선승강장에 안내원 배치 ▲충분한 시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현 승강자 폐쇄회로 TV확충과 함께 임씨의 형사처벌 철회까지 요구,22일 새벽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태업을 풀었다.
그러나 이와함께 승객 안전과 러시아워때의 승·하차를 돕기위한 푸시맨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하철 공사의 경우 1·2·3·4호선의 주요 역에 1월부터 1백35명의 아르바이트 대학생 등을 고용,러시아워때 승객들의 승차를 돕고 안전여부를 감시케 해 지금까지 단 한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김석현·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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