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계획에 사실상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만찬 회동에서 집무실 이전에 청와대가 적극 협조하기로 한 이후 실무진 차원의 협의가 상당 부분 진행되면서다.
양측에 따르면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집무실 이전 방안과 관련해 최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당초 윤 당선인 측이 이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요구한 496억원 중에 합동참모본부 이전 비용인 110억원 등을 제외한 일부를 먼저 예비비로 승인해 사용하는 방안에 상당 부분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대통령 관저로 쓸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 리모델링 비용 25억원과 경호처 이전 비용 99억원 등도 먼저 승인되는 예비비에 포함될 전망이다. 양측 관계자들은 주말 사이 추가 논의를 한 뒤 4일까지 구체적 방안에 합의하게 되면 5일 열리는 국무회의에 예비비 사용 승인안이 상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일 양측의 협의가 지연될 경우 5일 이후 별도의 임시 국무회의를 개최하는 방법도 있다.
예비비 사용이 승인되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해 먼저 공간을 비워야 하는 국방부가 순차적으로 이사를 할 예정이다. 이사는 4월에 예정된 한ㆍ미 군사 훈련과 업무 연관성이 작은 부서부터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한ㆍ미는 18~28일 연합지휘소훈련을 실시하고, 해당 훈련에 앞서 12~15일에는 우리 군 단독의 사전 연습인 위기관리참모훈련을 진행한다. 윤 당선인 측 인사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한ㆍ미 군사 훈련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는 청와대의 생각이 강하다”며 “그동안 코로나19 사태로 제대로 못하던 한ㆍ미 군사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에 훈련 업무와 무관한 부서부터 이사하는 방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렇게 예비비 일부가 승인되더라도 윤 당선인의 임기가 시작되는 다음달 10일까지 집무실 이전이 완료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럴 경우 윤 당선인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을 임시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