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기자의오토포커스] 현대차의 비용 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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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는 요즘 내년도 예산을 짜느라 분주합니다. 특히 비용절감 방안을 짜내는 데 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합니다. 원화 강세가 이어져 내년 경영환경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죠. 예전처럼 부품업체를 몰아쳐 납품단가를 깎아 비용절감을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현대차는 매년 12조~15조원 규모의 부품을 협력업체에서 구입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매년 이 금액의 3~5%를 절감해 왔습니다. 하지만 올 초에는 10% 가까운 1조3000억원이라는 금액을 정해두고 단가 인하를 하다 일부 협력업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연구소가 비용절감의 총대를 매기로 했답니다. 연구개발 단계부터 비용절감을 하자는 뜻이지요. 도요타식 비용절감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도요타는 신차 개발 단계부터 낭비요소를 제거합니다. 요즘 자동차 업체들은 신차를 개발할 때 하나의 플랫폼(차체 뼈대)으로 세단.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레저차량 등 다양한 차를 만듭니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차들이 많아지면 함께 쓰는 부품도 많아지죠. 이러면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1개 차량용으로만 부품을 구매하지 않고 여러 차량용으로 사들이면 원가를 30~50% 낮출 수 있다는 겁니다. 도요타는 연간 900만 대를 생산하면서 이런 방식을 많이 씁니다. 10만 대씩 생산하는 10여 개 SUV 차종의 실내 손잡이 그립(통상 네 개)이 모두 다르면 종류는 40종이 넘습니다. 이것을 하나로 통일하면 수백만 개씩 대량구매가 가능해져 단가를 50%까지 낮출 수 있다고 합니다. 도요타는 이런 방식으로 1995년 이후 매년 1조원의 비용을 줄이고 있습니다. 현대차도 기아차와 플랫폼을 공유한 차량이 늘면서 이런 방식으로 비용절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영이 안 좋다고 무조건 광고.마케팅 비용을 깎는 것보다는 한 차원 높은 비용절감 대책이지요. 기아차 스포티지나 현대차 투싼은 차체 뼈대.엔진.변속기가 같을 뿐 아니라 핸들이나 실내 인테리어도 비슷합니다. 비슷한 차체 뼈대를 쓰는 아반떼.쎄라토에도 같이 쓸 수 있는 부품이 적잖습니다.

현대차는 신기술을 개발해 자동차 무게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고 연비도 높이겠다는 전략도 추진중입니다. 자칫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강판 두께나 철판을 줄였을 경우 미국.유럽의 안전도 테스트에서 나쁜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차 설계 때부터 이런 것을 고려한다는 겁니다. 이 모두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입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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