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높이뛰기「미완의 새별」나왔다|부산 남성여고 김태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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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경 아시안게임과 일부 소장선수들의 대물림 여파로 체전육상의 기록이 대체로 부진한 가운데 단연 군계일학의 빛을 발하는 여고 1년 생 스타가 높이뛰기에 돌연 등장, 육상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스타탄생의 주인공은 올해 16세의 여고신입생 김태현(부산남성여고).
북경대회 이후 세대교체로 침체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육상계는 김태현의 돌연한 등장에 아연 활기를 찾은 표정이고 일부 육상 인들은『이번 대회에 한국신기록이 안 나와도 김태현의 발굴은 몇 갑절 값진 것』이라고 말할 정도.
김태현은 18일 벌어진 여고부 높이뛰기에서 1m81cm의 고등부 최고기록(종전 1m80cm) 을 수립, 80년대를 주름잡은 김희선(27·코오롱)의 서울체고 1학년 때 기록인 1m76cm는 물론이고 김희선이 3학년 때 세운 당시 고등부 최고기록 1m79cm들 2년 먼저 2cm높인 기록.
그러나 육상 인들이 고무돼 있는 것은 김태현의 이날 기록 때문 만은 아니다.
도대체 기술이나 체력(각 근력) 이 하나도 다듬어지지 않은(빈 그릇) 상태에서 단지 큰 신장(1m80cm·62kg)과 놀라운 스피드만을 이용해 이같은 성적을 낸 때문이다.
김태현의 경기모습을 지켜본 육상경기연맹의 정기선 강화위원장은『러닝·스탭·도약 등 어느 하나 다듬어진 구석이 없는데도 1m80cm를 힘 안들이고 훌훌 넘는걸 보니 놀랍다』고 칭찬하고『2년만 집중지도하면 93년 서울 세계주니어선수권 때에는 한국기록(1m93cm)도 쉽게 경신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태현은 우선 체격조건에서 1m72cm의 김희선을 8cm나 능가할 뿐 아니라 1백m를 12초8에 주파하는 빠른 스피드와 흐느적거릴 정도의 유연성을 보유, 높이뛰기선수로는 완벽한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
김종철 연맹강화부위원장은『희선이가 은퇴해도 걱정이 안 된다. 오히려 김태현의 모습을 보니「스타는 궁할 때 나온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뿌듯하다』고 토로할 정도다.
이날도 사실은 도약할 때의 발구름 판 스탭 방식을 바꾼지 얼마 되지 않아 실수를 연발, 더 좋은 기록을 낼 수도 있었다는 게 임성우 교사의 얘기.
부산토성국교 5년 때부터 김태현을 지도해 온 임 교사는『스피드가 워낙 좋아 한때 단거리로 전향시킬 생각도 했으나 도약과 유연성이 선천적으로 뛰어나 높이뛰기를 권유했었다』면서 아직도『키가 크는 중이어서 근력훈련은 60%정도밖에 시키지 않았는데도 기록향상이 빨라 올해 안으로 1m85cm까지는 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현은 올해 초 1m71cm이던 기록을 지난7월의 영남 4도 친선대회에서는 1m76cm로 5cm를 향상시키더니 불과 3개월 여 만인 이번 대회에서 또 5cm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한마디로 김희선을 뛰어넘을 대 스타가 청주체전의 부진한 기록더미 속에서 솟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육상 인들은 김태현이 아직은 어리고 11년 선배인 김희선을 능가하는 아시아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김희선의 상상을 초월하는 자기절제와 노력하는 자세를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결혼한지 1년이 넘어서도 한국기록을 경신한 김희선의 성실성과 스포츠정신을 체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육상연맹은 체전이 끝나는 대로 김태현을 주니어대표로 선발, 연맹차원에서 집중훈련을 시킬 계획이다. 연주가인 김영준(55)씨의 1남1녀 중 막내. 【청주=체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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