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충격 대응책 시급하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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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 경제 전반에 갖가지 파급효과를 몰고올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12월3일의 타결시한을 앞두고 급진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15개 의제별로 별도의 시한에 맞춰 진행되는 개별협상들은 그 이전에 모두 마무리해야 되는만큼 빠르면 이달 하순부터는 의제별 협상의 최종안이 차례로 그 실체를 드러낼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한 우리의 취약한 대응태세를 보면 마치 월동준비를 채 끝내기도 전에 엄동설한을 맞은 것처럼 어설프고 허술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협상의 본질적 내용들에 대한 최종안이 제네바의 협상테이블로부터 잇따라 충격파를 던져오게 되면 그때마다 우리 국민들은 깜짝 깜짝 놀랄 일을 되풀이하게 되지는 않을 것인지,실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협상타결 이후의 새로운 사태에 대한 대응은 결코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은 지레 겁을 먹어야 할 공포의 대상도 아니다. 협상의 포괄적인 파급효과는 득과 실의 양면을 지니고 있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이 시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 협상의 실체,충격의 성격에 관한 국내의 시각차가 너무 크고 개방충격의 제일선에 노출될 각 이해집단의 불안감을 줄여줄 대비책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협상에 대한 정부측과 농민들 사이의 시각차는 지난 16일 열린 농산물 개방 관련 공청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것으로,이러한 시각차가 자칫 불필요한 과잉반응과 감정적인 협상배척으로 번져 이성적인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일이 없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협상진전의 상세한 정보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을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특히 국민경제에 큰 충격을 주게 될 의제에 대해서는 협상의 전개방향,우리가 수용할 수밖에 없는 변화내용과 그 이유,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 등을 수시로 국민들에게 설명해줘야 한다.
앞으로 남은 협상기간만이라도 정부가 사안별 공식 브리핑,공청회 또는 기타 홍보수단을 활용하여 협상 상황보고에 성의를 보인다면 일시에 밀어닥칠 충격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가 서둘러야 할 것은 우루과이라운드협상 타결에 대한 종합대책을 체계화,이를 국민 앞에 제시하는 일이다. 정부는 그동안 농산물ㆍ건설ㆍ금융시장 개방 등에 대한 부분적인 대책을 산발적으로 내놓기는 했으나 그것만 가지고는 정부의 대응자세에 대한 신뢰감을 구축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협상의 최종타결을 기다릴 것 없이 정부가 의제 전면에 걸친 대책의 기본방향과 골격만이라도 공식발표를 통해 제시해준다면 적어도 대응에 무익한 개방공포증만은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비단 농민들뿐만 아니라 개방대책 업종의 기업들,그리고 많은 국민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해당부처의 장관들이 직접 나서서 자신있는 대책을 제시하는 게 옳다.
지금까지 정부가 이 일에 최선을 다했는지 크게 반성해볼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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