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많은 거여 또 시끌/박 최고위원 패도정치 청산발언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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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YS 미리 알고 경고했으나 강행/청와대와 교감설… 계산된 견제
3당통합 이후 비교적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던 박태준 민자당 최고위원이 27일 화순ㆍ곡성 지구당 창당대회 격려사에서 「패도정치의 청산」을 주장,김영삼 대표를 간접적으로 강도높게 비난하고 나서 파란이 일고 있다.
박 최고위원의 「패도정치」 발언은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거쳐 채택됐고 미리 정보를 입수한 김 대표측이 강력한 「경고」와 동시에 원고수정 요구를 했는데도 불구,강행됐다는 점에서 박 최고위원의 발언이 최근 2인자 굳히기 작전에 몰두하고 있는 김 대표측에 대한 민정계의 계산된 견제의 시동이라고 보는 해석이 유력하다.
○…문제의 발언소식이 전해지자 김 대표는 박준병 사무총장에게 전화로 불쾌감을 표시했으며 김동영 총무를 통해 당3역에게 역정을 냈다는 후문.
민주계측은 박 최고위원 비서실장인 최재욱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발언의 진의가 무엇이냐』고 따지는 등 긴장된 분위기.
김 대표는 특히 이날 김윤환 정무장관을 불러 『당의 기강확립을 하겠다』는 자신의 발언을 박 최고위원이 세 최고위원 합의사항이 아닌 김 대표의 「독백」으로 평가절하한 데 대해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27일 밤 박 최고위원과 직접 전화통화를 했다는데 박 최고위원은 『평민당을 겨냥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계산된 후퇴자세를 취하고 있고 김 대표측도 사태의 확산을 원치 않고 있으나 발언이 나온 배경이 심상치 않아 김 대표가 독주자세를 고수한다면 조만간 또 접전이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분석.
○…민주계측은 지난 21일 추경예산안 처리 연기과정에서 김윤환 정무장관의 노골적인 반발이 있은데 이어 박 최고위원의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민정계의 조직적 반발이 아니냐고 보고 배경을 예의주시.
민주계측에서는 민정계의 이러한 반발이 김 대표의 당기강 확립에 대한 우회적인 맞불작전이 아니냐고 해석.
김 대표측에서는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김 대표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발언을 해온 박철언 의원의 사조직인 월계수회를 겨냥해 강재섭 기조실장ㆍ김정길 의원ㆍ김용균 체육차관의 교체 또는 징계 등을 요구했었다. 때문에 이번 박 대표의 발언도 이런 김 대표의 월계수회 억제 등에 대한 반발일 것이라는 것.
○…그러나 민정계측에서는 박 최고위원의 발언이 김 대표의 독주가 더이상 확대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며 민정계 내부의 광범한 공감과 함께 청와대측과의 교신도 있었던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정계측에서는 김 대표가 3당합당의 전제인 내각제를 전적으로 무시한 채 대권포석을 펴나가고 있는 게 점차 노골화하고 있으며 월계수회를 견제하는 것은 좋으나 이를 계기로 당내 권위를 세워 민정계를 휘어잡자는 의도라고 파악하고 있다.
민정계는 그동안 청와대측의 의중을 확실히 파악 못해 조직적 대응을 못하다가 최근 내밀한 경로를 통해 「내각제개헌 불변」이라는 방침을 전해받고 김 대표의 행동을 적극 견제하기로 사발통문이 돌았다는 것.
박 최고위원의 발언은 바로 이런 전제하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 대표측의 노골적인 불쾌감에 대해 박 최고위원이 해명하는 것으로 일단 사태를 수습하는 쪽으로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민정계쪽에서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김 대표 견제를 시도할 작정이어서 주목된다.<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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