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서 판문점까지… 이찬삼특파원 한달 취재기(다시 가본 북한: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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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남조선 어린이 동무들과 놀고 싶어요”/“11년 의무교육 실시” 자랑/인민학교 입학식선 김일성 찬양 합창/오전 7시30분 학교노래 듣고 집나서/오후엔 「일인일기」 과외활동… 1녀간 영어·노어 등 외국어 교육도
북한 주민들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교육의 천국」이라고 자랑한다.
『이세상 어디에서 11년제 무료교육을 시키는 곳이 있겠습니까』라고 은근히 남한과의 비교우위를 내세운다.
북한은 실제로 유치원 1년(부모들 요구에 따라 1년 연장하는 경우는 유료),인민학교 4년,고등중학교 6년 등 11년 의무교육제를 실시한다.
유치원은 인민학교(국교)입학을 위한 준비교육으로 4세부터 갈 수 있으며 유료과정을 포함한 2년동안 적어도 글을 읽을 수 있게하고 6세에 인민학교에 입학한다.
북한의 새 학년은 9월1일 시작된다. 평양시 중구역 창광거리 동흥동 동흥인민학교의 입학식을 들러 보았다.
8시쯤 학부모의 손을 잡고 운동장에 모여든 신입생들은 지급받은 감색 교복과 새 책가방을 어깨에 메고 입학식 예행연습을 했다.
『「위대한 아버지 김일성 수령님의 만수무강을 삼가 축원합니다」는 재학생 대표의 말이 끝나면 「만세 만세」를 소리높이 외치면서 두 팔을 들고 발을 동동 굴려야 합니다. 이제 해보갔습니까.』
이 학교의 유일한 남자교원(교사)이 신입생을 포함한 전교생을 모아놓고 소리쳤다.
어린이들이 모여 선 운동장 앞쪽에는 임시로 세운 흰색 바탕의 영화 스크린 모양의 구조물에 김일성 주석 사진과 붉은색 바탕에 흰글씨로 쓴 「위대한 수령 김일성 원수님 만세」「영광스러운 조선로동당 만세」라는 글귀가 내걸려 있었다.
식이 시작되자 『위대한 아버지 김일성 수령님과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선생님의 효성동이·충성동이들로 자랄 신입생 동무들이 오늘 꽃대문을 들어서는 날』이라는 요지의 여교장 인사말에 이어 1백50여명의 남녀 신입생 꼬마들이 5색 테이프를 끊고 입장했다.
중구역 인민위원회(구청) 관리를 비롯,재학생 대표·신입생 대표·교원대표·학부모대표의 인사말에 이어 학생대표의 충성선서 낭독끝에 『수령님의 만수무강을 삼가 축원합니다』는 말이 있자 아이들은 미리 연습한대로 깡총깡총 뛰며 만세를 불러댔다.
「김일성 장군의 노래」와 「김정일 지도자 노래」로 시작하고 끝난 입학식에서는 그러나 교가제창은 없었다.
교가나 교훈은 아예 없었고 등단한 7명의 대표 모두 김일성·김정일 부자에 관한 비슷한 내용의 연설을 했다.
인민학교생활 4년동안 아동들은 ▲경애하는 아버지 김일성 수령님의 어린시절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의 어린시절 ▲국어 ▲수학 ▲자연 ▲공산주의 도덕 ▲음악 ▲체육 ▲도화(미술) ▲공작 등 과목과 졸업반인 4학년때 외국어를 1년간 배운다.
외국어는 영어와 노어(러시아어)중 학생이 선택하게 되는데 대개 50대 50 정도며 부모들의 영향을 받는다.
인민학교에서의 외국어학습은 3백개의 일반 생활단어를 기초로 간단한 문장작성을 할 수 있을 만큼이다.
오전 7시40분까지 등교한 아이들은 매일 7시50분에 있는 아침모임(전체조회)이 끝나고 8시부터 수업에 들어가 낮 12시30분에 학업이 끝나며 일단 귀가해 점심을 먹고 다시 나와 오후 2시부터 소조별로 과외활동을 하게 된다.
과외활동은 가정사정에 따라 불참할 수도 있으나 거의 대부분 학생들이 1인1기를 목표로 아코디온·바이얼린 등을 비롯,체육 등을 배운다.
성적은 과목마다 5점 만점으로 학급별 또는 학년별 석차를 발표하기도 하는데 성적이 나쁜 학생은 경우에 따라 유급조치가 취해진다.
북한 당국은 교과서나 학용품에 대해서는 일반물품에 비해 6분의 1 정도의 싼 값으로 공급하고 있어 일반학교 교과서는 최하 5전(우리 돈으로 약 18원)에서 최고 15전(외국어 경우) 정도다.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이 10전인 것에 비하면 매우 싼 값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인민학교 학생들에겐 소량이지만 우유와 빵을,고등중학교에서는 우유를 매일 준다고 한다.
평양시 대동강구역 문수거리 능라동 능라인민학교를 방문해 안옥보 교장(48·여),윤금순 부교장(47·여)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안교장은 『1천1백명의 재학생중 남학생이 6백20명이며 이들의 생활환경은 70%가 선교 피복공장·평양 방직공장·평양 고속공장 노동자 자녀들이며 나머지 30%는 일반직장인 가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 학교가 81년도까지 논밭이었으나 아버지 김일성수령님께서 도시를 형성하라는 가르침에 따라 문수거리를 건설했으며 제일 먼저 학교부터 세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들의 평균 통학거리가 2백m 안쪽이며 아침 7시30분에 학교에서 노래를 방송하면 아이들이 집을 나선다』고 말한 안교장은 학년별로 8∼9개 학급에 학급당 35명 정도의 아동들로 편성된다고 했다.
남한의 교육제도에 관해 많은 질문을 던진 이들은 우리의 사립학교 제도에 큰 관심을 나타내며 자신들은 아이들이 『선생님,남조선 동무들과 만나서 소년단 야영도 함께 가고 같이 노래도 부르고 싶어요』라는 말을 수없이 듣는다고 했다.
이들은 또 『그럴 때마다 미국놈들이 남의 땅 반쪽을 빼앗아갖고 있어서 하루속히 미국놈들을 몰아내야 통일이 된다고 말하면서 아이들과 같이 눈물을 흘리며 울때가 많다』고 말하고 『너희들이 열심히 학습(공부)해서 모두가 최우등(5점만점)도 하고 과학자 등 인민을 위한 일꾼들이 되면 미국놈들도 남조선을 떠날 날이 멀지 않을 것이라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안교장은 이어 『남조선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 아이들에게 설명합니까』라고 물어 기자가 『전쟁이유와 미군주둔 이유에 대해 이쪽과는 반대로 설명합니다』고 했더니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만 지었다.
『친자식처럼 다정하고 따뜻하게 대하는 것이 인민학교 시절 아이들 정서교육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교장을 비롯해 교원들을 여성으로 하고,중등교육시부터는 의욕적이고 생산적인 남성교원 중심으로 한다』고 북한의 교육에 대해 설명한 안교장은 『일선학교 교원은 3년제 교원대학을 졸업해야 하고,고등중학교 교원은 4∼5년제의 사범대학을 나와야 자격이 주어진다』고 했다.
안교장은 『우리 아이들이 천진해서 가끔 욕도 하고 싸움질도 해 가슴아파할 때가 많다』면서 『나에게 아이들과 학교를 맡겼는데 썩 잘하지 못해 근심이 많다』고 말하는등 진지한 표정으로 걱정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공훈교원 칭호를 받아 기본노임(본봉) 1백20원에 40원을 더받고 있다』는 그녀는 1천여명의 학생들의 이름과 학부모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능라인민학교를 방문했을 때는 개학전이어서 몇몇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놀고 있을 뿐 수업은 없었으나 특별히 기자를 위해 등교시킨 듯 예술소조 30여명의 남녀 어린이들이 30여분간 합창·중창·독주·합주 등의 공연을 했다.
방학중임에도 나와 열심히 공연한 꼬마들은 『오늘 저희 능라인민학교를 찾아주신 남조선 중앙일보 기자선생님을 렬렬히 환영합니다』는 여학생의 인사가 있자 단원 모두가 박수를 쳤다.
바이얼린·아코디온·가야금·드럼·전자오르간·하모니카 등으로 구성된 예술소조 구성원들은 꽤 괜찮은 공연을 했다. 이들은 특별히 『도라지』합주와 『우리의 소원은 통일』노래로 합창했다.
시종 귀엽고 깜찍하게 방글방글 웃으며 연주하던 모든 단원들은 「통일」노래를 마치자 금방 눈가가 젖어지며 글썽이더니 주루룩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어 아이들은 주먹을 쥐고 「조국」「통일」 구호를 세번 외친 뒤 『남조선에서 오신 기자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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