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유럽 1만㎞ 열차 길 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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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산 제품을 육로를 통해 유럽으로 직접 수출하는 화물 열차 노선이 마침내 열렸다. 그동안 중국은 유럽행 화물을 대부분 40일이 걸리는 바닷길을 통해 수출해 왔으나 철도로 화물을 실어나르면 26일가량 단축돼 중국 등 동북아 국가의 유럽 수출이 크게 유리해질 전망이다.

신화통신은 3일 중국과 유럽 주요 도시를 잇는 대륙횡단 컨테이너 화물열차가 최근 정식으로 운행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의 후허하오터(呼和浩特)시를 출발해 몽골.러시아.벨로루시.폴란드를 거쳐 독일의 경제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에 도달하는 9814㎞ 구간이다. 이 노선은 세계의 컨테이너 전용 화물 열차 운행 노선 중에서 가장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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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열차 노선이 새로 열렸다고 해서 철도를 새로 건설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등 기존의 철도 구간을 활용해 화물의 환적과 수송이 가능하도록 물류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의미다. 이 프로젝트는 2004년 12월 중국.러시아.독일 등의 기업들이 화물 열차 운행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하면서 2년가량 추진돼 왔다.

통신에 따르면 중국 측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6개월간 100개의 국제표준 컨테이너(TEU)를 실을 수 있는 화물 열차를 13회 시험 운행을 했다. 시험 운행을 통해 타당성을 재확인하고 안전 문제 등을 점검했다.

중국은 이 구간을 운행할 화물 열차의 이름을 '루이(如意)호'로 부르기로 했다. 만사형통을 뜻하는 중국어인 '만사여의(萬事如意)'에서 따왔다.

후허하오터시 철도국 관계자는 "루이호가 정식 운행함에 따라 유럽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제품의 운송 시간과 물류 비용이 상당히 줄어 수출 원가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중국 화물은 대부분 상하이(上海)~말라카 해협~인도양~수에즈운하~지중해~대서양을 거쳐 유럽 내륙 운하의 기점인 뒤스부르크까지 가는 데 평균 40일이 소요됐다. 그러나 육상 화물 수출로가 뚫림에 따라 앞으로는 14일 만에 유럽 도착이 가능해졌다.

루이호는 시험 운행 기간에만 네이멍구에서 생산된 광물, 광둥(廣東)의 공산품 등 1만2400t의 화물을 실어날랐다. 앞으로 이 노선이 활성화되면 중국.몽골 등 동아시아와 유럽의 물류 흐름이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중국.몽골.동시베리아에서 생산된 값싼 공산품과 지하자원이 유럽으로 많이 수출되고, 돌아올 때는 유럽 각국에서 생산된 중간재가 대거 유입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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