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속의 미「샌타페이」|새 문화도시 발돋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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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 뉴멕시코주 사막지대에 위치한 샌타페이시가 미국내의 새로운 문화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1609년에 세워진 이 도시는 해발 7천m의 사막고지로 호흡조차 힘든 오지로 알려졌으나 몇몇 예술관계자들의 노력으로 문화도시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현재 이 도시의 주요산업은 미술·공예·음악행사·연예 및 이같은 예술행사와 관련한 유흥서비스업 등이다.
이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33년 전통의 샌타페이오페라와 훌륭한 수준을 보이는 미술갤러리.
해발7천m의 고지대에서 벌어지는 오페라가 유명한 것은 호흡조차 힘든 현지사정을 고려할 때 기이한 현상이다.
또한 미술갤러리 수도 미국 내에서 로스앤젤레스·뉴욕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도시가 이같은 문화도시로 발돋움하게 된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지적된다.
첫째, 이 도시가 미대륙 원주민인 인디언의 전통, 스페인식민시대의 문화특색 및 앵글로 색슨 정복 민들의 문화전통 등 현재 미국의 문화를 이루는 세 가지 문화의 대표적 특색을 고루 갖춰 많은 미국인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둘째, 온화한 기후와 적절하고도 따사로운 일조량, 그리고 이 도시가 예술의 거리로서 갖는 명성이 각 분야의 예술가는 물론 예술애호가들을 불러모으는 점이다.
셋째, 57년 이곳에서 샌타페이오페라단을 창 단, 여름오페라페스티벌을 운영하고 현재 미국 내 오페라페스티벌 중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린 존 크로스버씨의 공헌을 꼽게 된다.
크로스버씨는 쾌적한 공기, 훌륭한 주변경관 등 지역적 특성을 살려 야간에 주로 공연하는 노천극장을 설립했으며 이 극장은 옥외극장임에도 불구, 탁월한 음향을 내도록 설계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또 산소 량이 일반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이 지역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성악가들을 치밀하게 교육시켜 성량이 풍부한 성악가도 많이 배출했다.
이밖에 그의 예술적 재능에다 합리적이고도 정력적인 노력이 이 오페라단에서 일해 온 의상디자이너·연출자·미술 담당·오페라행정가 등 전문가들을 미국 최정상 급으로 상당수 키워 냈다.
어쨌든 오지에 가깝던 사막 위의 한 도시를 미국 최정상 급의 문화도시로 키운 크로스비씨의 업적은 지방시대를 앞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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