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군 「중립지대」 진격/사우디국경 1.6㎞ 지점까지 접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유전 근로자들 강제 철수/EC 12국,원유수입ㆍ무기공급 중단 합의
【니코시아ㆍ워싱턴ㆍ카이로ㆍ지다 외신 종합ㆍ연합=본사 특약】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군이 3일 원유매장량이 풍부한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지대의 「중립지대」로 진격,현지 유전 근로자들을 강제로 철수시켰다고 4일 쿠웨이트의 고위소식통이 밝혔다.
이 소식통은 이 중립지대는 지난 2일 새벽 전격 침공한 이라크군대 주둔지중 최남단이라고 말했다.
이라크군은 수십채의 쿠웨이트 거주민 가옥으로 밀려들어가 유전노동자와 그들의 가족들을 쫓아냈다고 이 소식통은 전화로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현재 이라크군이 가장 가까운 사우디 국경지대로부터 1.6㎞ 떨어진 지점까지 진격했다고 전했다.
걸프만을 따라 길게 뻗어있는 이 중립지대에는 베두윈 유목민과 유전노동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와관련,이라크관리들은 이라크군의 중립지대 진격사실을 부인하는 한편 그같은 보도는 「오보」라고 주장했다고 이라크 국영 INA통신이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랍 석유회사 간부는 이라크군이 중립지대의 쿠웨이트지역에 진군해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 확인도,부인도 하지 않았으나『이라크군이 사우디아라비아측 지역에는 진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해안 유전지대에서의 원유생산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9일에 선적이 완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방석유회사 관계자들은 이라크군이 중립지대에 진입해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모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걸프만 소식통에 따르면 세이크 알리 칼리파 알사바 쿠웨이트 재무장관도 이 중립지대에 머무르고 있다가 이라크군이 진입해 오기 직전 사우디아라비아로 탈출했다고 전했다.
지난 6월까지 쿠웨이트 석유장관을 지낸 세이크 알리장관은 지난 12년동안 저유가정책을 주도,이라크 당국의 비난을 받아왔다.
그의 주변인물들은 현재 세이크 알리장관이 이라크군의 수배명단 1호에 올라 있다고 전하면서 그의 안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 중립지대의 쿠웨이트측 지역에는 베두윈족과 외국인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으며 알리 재무장관은 이 지역 해안지대에 별장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앞서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지는 4일 이라크군 10만명이 사우디 국경부근으로 배치되고 있으며 탱크등 중화기들이 사우디 접경 8∼16㎞ 부근까지 진주했다는 정보를 미국이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지도 이날 이라크군이 사우디에 대한 침공이 가능한 지역으로 진주하는 한편 6만여명의 이라크군이 사우디에서 멀지 않은 쿠웨이트 남부지역에 진주했다고 미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보도했다.
이라크 혁명사령부는 이날 발표한 대로 쿠웨이트에서의 철군방침을 재확인했으나 돌연 『종래의 쿠웨이트정부가 복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혀 철군의 이행여부가 의문시 되고 있다.
이라크에 대한 제재조치로 미ㆍ영ㆍ불ㆍ일 등 8개국이 자국내 쿠웨이트 자산동결및 이라크산 원유수입금지등 경제제재 조치를 취한 데 이어 EC(유럽공동체) 12개국은 4일 이라크산 원유의 수입을 중단하는 한편 대이라크 무기공급도 중단키로 했다.
EC외무장관들은 이날 로마에서 열린 5시간30분간에 걸친 회담에서 이같이 합의했는데 이 결의는 즉각 효력이 발생된다고 밝혔다.
또 소련이 대이라크 무기금수를 밝힌 데 이어 프랑스ㆍ이탈리아ㆍ폴란드 등도 이라크에 무기수출을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을 논의키 위해 당초 5일로 예정됐던 아랍정상회담의 개최를 연기했다고 요르단 하원의원들이 4일 밝혔다.
이들은 무다르 바드란총리가 비공개로 열린 하원회의에 참석,파드 사우디국왕이 아랍정상회담을 연기했음을 전했다고 말했다.
후세인 요르단국왕이 제안한 아랍정상회담에는 후세인 이라크대통령,무바라크 이집트대통령,파드 사우디국왕,압둘라 살레 예멘대통령 등이 참석해 5일 사우디의 지다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다.
더욱이 정상회담에는 알 사바 쿠웨이트국왕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파로크 알사라 시리아 외무장관도 프랑스 라디오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5일의 아랍정상회담은 개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요르단 하원의원들은 그러나 아랍정상회담 자체가 완전 취소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후세인 요르단국왕이 바그다드와 카이로를 방문하고 귀국한 직후 제안한 아랍정상회담개최는 요르단이 이라크군 침공규탄과 즉각 철군을 요구하도록 13개 아랍동맹국가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난관에 부닥친 바 있다.
▷중립지대◁
4일 이라크군이 쿠웨이트에서 기습적으로 진격한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지대에 있는 중립지대는 지난 66년 사우디­쿠웨이트간에 체결된 국경조약에 따라 나뉘어졌으며 이 지대의 원유채굴권은 일본­아랍 합작정유회사가 독점 소유하고 있다.
이 중립지대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하루 평균 30만∼40만배럴에 이르고 있으며 쿠웨이트는 지난 83년부터 88년까지 이라크 전비를 충당키 위해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모두 이라크에 양도한 바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