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 조합장 금융 지식 아쉽다|잇따르는 「농·수·축협 부조리」 실태·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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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최근 농·수·축협 등 농어촌 지역 제1금융권의 금융 부조리가 잇따르고 있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급속한 경제 성장 바람을 타고 지금까지 보잘것없었던 농촌이나 어촌 지역의 경제 규모가 급속히 팽창하면서 이 지역의 농협·축협·수협 등 제1금융권의 부정 대출·예탁금 횡령 등 각종 금융 사고 또한 급증하고 규모도 엄청나게 커졌다.
이는 도시 지역에 비해 주민들의 금융 지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악용한 실무자들의 범죄가 크게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지만 민주화 열기가 가져 온 내부구조의 모순에도 기인하는 현상이다.
직선에 의해 뽑힌 조합장이나 상위 직급자가 하위직의 실무자에 비해 전문적인 금융 지식이 없기 때문에 하급자들의 비리를 사실상 감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수·축협의 주요 금융 부정 사건과 창구 관리 실태·문제점 등을 살펴본다.
◇대형 창구 사고=지난 20일 경기도 고양군 축산업협동조합 전무 장묘성씨 (47)와 같은 조합 벽제 지소 대리 이택서씨 (39), 축협 중앙회 소속 양토 조합 전무 김의석씨 (39) 등 4명이 6백70여억원의 부정 대출 사건과 관련, 특정 경제 범죄 가중 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은 정남회씨 (36·농장 경영·구속)의 부탁을 받고 정씨 명의로 된 당좌 수표를 입금시켜 대출해 주거나 남의 부동산을 담보로 정씨에게 거액을 대출해 주었다.
전북 고창군 농협 대산 단위 조합장 손영권씨 (55)는 83년1월부터 85년12월 사이 손기수씨 (57)등 조합원 7명의 이름을 도용해 1천5백만원을 부정 대출했으며 87년에는 자신의 이름으로 1억5천만원을 부정 인출했다.
◇창구 관리 실태=경북 지역 농협 단위 조합은 대형 사고 예방을 위해 1억원 이상의 대출을 금지하고 있으며 축협은 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1인당 1천만원까지만 대출해 주고 있다.
농협 경북도지회 산하 2백42개 단위 조합과 축협 산하 27개 단위 조합은 창구 직원이 대출을 해줄 때 사전 서류 심사는 물론 직접 상담을 통해 융자 적격 여부를 엄격히 판정한 후 신용부장·상무 전무·조합장이 자체 검증을 실시하며 1일 금전 대출 점검 직원까지 고정 배치해 그날그날 자체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농협과 축협은 또 창구 직원들을 대상으로 안전 교육·자체 감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융자 심의 위원회를 구성해 직원들의 부조리가 개입될 여지를 배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있다.
◇문제점=이처럼 철저한 제도상의 보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업무상 권한이나 조합장의 직권을 남용한 금융 부정이 끊이지 않는 것은 조합 업무의 최종 책임을 맡고 있는 조합장들이 최근 1∼2년 사이 대부분 선거에 의해 뽑힌 비 전문 경영인이 많아진 것이 큰 원인중의 하나다.
선거에 의해 뽑힌 이들 책임자는 회계 업무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창구직원이나 하급자들보다 잘 모르므로 하위 직급자들의 의도적 부정을 사실상 감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부정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보다 권한이 많은 중앙 부처나 각 시·도지회 직속의 감사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밖에 각 금융기관이 이같은 부정 사건이 알려지면 신용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자체 처리하고 은폐·축소시키고 있어 더욱 고질적이고 대규모의 부조리를 부른다는 점이다. <지방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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