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선행학습 효율적으로 자신의 능력따라 결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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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선행학습은 얼마나 해야 하나. 주변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이 수II까지 끝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초등학생이 수II까지 끝내봐야 얼마나 제대로 이해를 했을까 위안을 삼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아이가 뒤처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것이 부모 마음이다. 부모 세대는 선행 학습을 거의 하지 않았다. 했더라도 학교 진도에 따라 고교 2년이 돼서야 고3 과정까지 끝내거나 1, 2년 정도 선행 학습이 고작이었다. 이렇게 공부하더라도 소위 일류대나 명문대에 다들 들어갔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사교육이 활성화되지 않아서 그랬던 건 아니다. 과거 학생들은 선행 학습을 많이 한 학생이 선행 학습을 하지 않은 학생보다 오히려 성적이 좋지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선행을 시킬 필요가 있을까, 선행을 한다면 어느 정도 해야 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선행의 효용을 살펴 보기 전에 과거와 현재의 입시제도를 먼저 살펴 보자.

과거 입시는 획일적이고 심화된 문제를 푸는 능력을 보는 과정이었다. 과거 학력고사, 대학별 본고사, 이보다 발전하긴 했지만 초창기 수능시절까지 모두 시험에 의한 입시였다. 문제 하나를 누가 더 맞추느냐, 틀리느냐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던 시절이었다. 실수한 문제 하나로 당락이 결정됐다. 이 때문에 수험생은 쉬운 문제는 틀리지 않고 어려운 문제를 한 문제 더 맞추기 위한 공부를 해야 했다. 이런 경우는 선행학습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기초를 보다 튼튼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응용과 심화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선행보다는 학교 진도에 맞춰 공부를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상황이 매우 다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지금은 공부만 잘한다고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과거와 달리 봉사활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또한 토익이나 토플, 각종 경시대회에도 참여해 입상하면 가산점이 주어진다. 게다가 면접준비와 논술 등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과거의 공부와는 차이가 너무 많은 것이다. 토익이나 토플에 고등학생이 지원한다고 해서 고등학교 교과과정만 출제되는 것은 아니다. 또 경시대회에 출전하면 고교 1, 2년때 이미 수II과정이 출제된다. 이런 제도의 혜택을 보려면 중등부 때 고 2~3학년 과정 또는 그 이상까지 학습을 해야 한다.

고교 때 봉사활동 등을 하면서 다른 학생들만큼의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미리 공부를 해둘 필요가 있다. 선행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과거에는 본고사가 폐지되고 학력고사를 보거나, 학력고사 대신 수능과 본고사를 치르거나 본고사를 폐지하고 수능만으로 전형하는 식이었다. 이처럼 과거엔 단순한 시험 제도의 변동이 있었을 뿐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시험 제도는 그대로 두거나 소폭 변동만 있을 뿐이고 근본적으로 시험 성적 외 대입전형에 반영하는 사항들에 변동이 생기고 있다. 봉사활동의 강화, 경시 및 토익·토플의 반영, 학교 임원 경력의 반영 등을 그 예다. 앞으로 이러한 시험 외 가산점을 주는 영역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부 외에 고교생들이 시간을 투자해야 할 부분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어느 영역이 추가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수험생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방법은 쉽게 바뀌지 않을 영역에 미리 투자를 해 두는 것이다. 선행이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러한 제도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선행 학습이 필요할까. 선행의 가장 큰 효용은 고교 때 학습 외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는데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중3 때까지 고등부 교과 과정을 마무리하는 정도면 만족스런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학생의 학습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다. 학생별로 어느 정도 선행이 필요할지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02-538-8841, 김문원 수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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