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161 - 손톱깎이·연필깎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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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많이 쓰는 물건 중에 '손톱깎이' '연필깎이'가 있다. '손톱깎기' '연필깎기'와 발음이 비슷(깎이[까끼], 깎기[깍끼])하다 보니 적을 때는 헷갈린다.

'깎이'는 '깎다'라는 동사의 어간에 사람.사물.일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이'가 붙어 만들어진 것이다. 때밀이.구두닦이.젖먹이.재떨이.옷걸이.목걸이.감옥살이.가슴앓이 등이 이런 것들이다.

'-이'는 명사.형용사, 의성어.의태어 등에 붙어 사람.사물의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절름발이.애꾸눈이.멍청이.똑똑이.뚱뚱이.딸랑이.짝짝이 등이다.

'손톱깎기' '연필깎기'의 '깎기'는 '깎다'라는 동사에 명사 구실을 하게 만드는 어미 '-기'가 붙은 형태로 단순히 손톱이나 연필을 깎는 행위를 뜻한다.

"나 손톱 깎기 싫어" "연필 깎기는 정말 귀찮아" "혼자이기는 해도 외롭지 않다" "사람이 많기도 하다" 등에서처럼 '-기'는 동사.형용사가 문장에서 명사 구실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날씨가 제법 추워졌다. 주부들은 가족들의 두꺼운 옷을 챙기고 김장 담글 채비를 하는 등 겨울 준비에 바쁠 때다.

이처럼 겨울 동안 먹고 입고 지내기 위해 준비하는 옷가지나 양식 등을 통틀어 '겨우살이'라 하고, 그렇게 준비해 다가오는 겨울철을 맞는 일을 '겨울맞이'라 한다. 이때의 '-이'도 위에서 설명한 것과 마찬가지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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