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페레스트로이카 조짐”/호 국립대 클린트워스씨 방북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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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부선 사기업 인정… 군우위 정책 재검토/“평양의 흐름은 10년전 중국변화와 흡사”/홍콩 시사주간지 보도
북한은 외양상 여전히 폐쇄적이고 경직된 사회로 보이지만 최근들어 화폐경제요소가 등장하고 사기업과 물질주의를 인정하는가 하면 국방우위정책을 재검토하는등 내막적으로 중요한 변화를 보이고 있어 흡사 10년전 중국의 변화를 방불케 한다고 홍콩의 시사주간지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가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 동북아과정의 중견연구원인 개리 클린트워스씨가 지난 4월 평양을 방문한뒤 기고한 「평양 페레스트로이카」란 제목의 이 기사는 그러나 북한의 변화는 당ㆍ군보수세력의 저항때문에 완만하고도 통제된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요약.
우연한 관찰들이 말하듯 겉보기에 북한은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러나 북한에도 외부세계의 소식이 단파방송이나 재일교포들의 왕래를 통해 조금씩 스며들어온지 오래다.
북한당국도 중앙계획경제나 국방에의 지나친 편중이 자원의 배분을 왜곡시키며,비정상적인 외교정책 때문에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발전의 주류에서 북한이 소외되고 있는 사실을 잘알고 있다.
따라서 북한도 개혁을 통해 살아남기를 원하지만 이로 인해 동구ㆍ중국ㆍ소련에서와 같이 권력이 불안정해 진다거나 유혈사태가 발생할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최근 북한사람들과 이런 문제에 대해 토론을 해본 결과로 판단할때 적어도 그들중 개혁의 필요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북한의 경영 및 기술엘리트들은 사회ㆍ경제적 근대화와 외교정책의 수정을 희망하고 있다. 이들은 사석에서 사회주의의 폐단과 북한구조의 단점을 인정한다.
북한 사람들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도 북한이 승리할 수 없으며,테러를 하거나 원자탄을 개발하는 것등이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군부와 보수적인 당료를 중심으로 이같은 신사고에 저항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북한의 변화는 완만하고도 통제된 국면을 지닐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내부에서는 이미 변화가 발생하고 있으며 그 양상은 10년전 중국에서 일어난 것과 흡사하다.
생산량에 따라 노동자들이 추가로 현금보너스나 상품,메달 등을 받고 있다. 또 부분적이긴 하나 자영업도 허용되고 있다.
기차역에 포진하고 있는 삼륜차들은 북한여성들이 주로 운전을 하는데 이것이 대표적인 사기업이다. 이들은 가장 힘든 노동을 하고 있으나 한달 수입이 일반인들의 4∼5배에 달한다.
또 북한이 점차 현금경제에로 이행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보조금에 의해 싼값으로 공급되어 왔던 난방ㆍ임대ㆍ수도ㆍ전기 등의 비용을 실질요금으로 물리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빳빳한 새 지폐가 지금까지의 쿠퐁제를 대체하고 있다. 이자(일반 예금 1∼2%,정기 예금 3∼5%)도 지급된다. 심지어 국가가 운영하는 복권도 등장,당첨자는 텔리비전 1대를 구입할만한 「고액」도 손에 넣을 수 있다.
청진ㆍ함흥ㆍ판문점,그리고 북방의 일부지역 등 군사적 관련지역을 제외하고 여행제한도 크게 완화됐다.
개인의 자전거소유 금지조치도 해제됐다.
이같은 변화는 북한인들에게 있어 중요한 「신호」다.
국방의 우선주의 정책에 대한 재평가는 최근의 변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나 한국의 군사적 반응을 초래할 어떠한 자극도 회피하고 있다.
북한관리들은 미국인을 언제까지나 증오하는 것은 좋은 일이 못되며 자신들도 미래를 내다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 비무장지대의 땅굴이 자신의 소행임을 인정하면서 그와 같은 일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비친다.
북한은 중국의 경제특구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방위산업의 일부를 자전거ㆍ완구ㆍ컴퓨터ㆍ레코드ㆍ생필품 공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물론 주한미군 철수,일본에 대한 불신 등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홍콩=전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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