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도 '립싱크' 시대

중앙일보

입력

◆정지영 아나 '마시멜로 이야기' 대리번역 논란

정지영 아나운서가 번역해 화제를 모았던 '마시멜로 이야기'(호사킴 데 포사다 지음)가 대리번역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지난해 국내 출간된 후 100만부 이상 팔렸고, 38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는 등 올해 서점가의 간판급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정 아나운서의 대리의혹이 보도된 후, 출판사 한경BP는 12일 "대리번역이 아니라 이중번역이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정지영씨가 전문 번역가가 아니기 때문에 오역 등의 문제가 발생할 시, 다시 정씨에게 의뢰하면 출간이 늦어질 우려가 있어서 김씨에게도 번역을 의뢰했다는 것입니다. 1만2000달러 저작권료를 만회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는 읍소도 덧붙였습니다.

네티즌들은 이중번역이란 단어가 매우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번역이란 일정한 톤이 있고, 단어 하나의 뉘앙스를 살리는 것에 따라 퀄리티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해당 서적이 스타 마케팅으로 밀리언셀러가 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독자들을 속인게 아니냐며 거세게 비난했습니다. 출판사는 정씨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데다 수차례 사인회까지 기획한 바 있습니다. 출판사의 관행도 타깃이 됐습니다. 장당 3000~4000원을 받고 일명 '고스트(ghost)' 번역을 했다는 경험담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정씨 또한 본인이 정말 번역했다면, 자신의 글이 얼만큼 수정됐는지 모를 수 없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출판사가 불황을 타계하기 위해 묘수를 둔 것인지, 수익을 내기 위해 스타를 활용해 꼼수를 둔 것인지 지켜볼 일입니다.

◆"탄핵도 '핵'인가" BBC 사진게재 오류

지난 11일 오전 8시 40분경 일본방송 니혼TV가 북한 2차 핵실험을 오보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니혼TV는 2차 핵실험이 오전 7시40분에 실시됐다고 정확히 시간까지 못박아 한.일 양국이 진위를 확인하느라 법석을 떨었는데요. 그전에 BBC 인터넷판이 먼저 오보의 전범을 보여준 것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입니다.

BBC 인터넷판은 9일(현지 시간) '북한 핵실험에 경제 추락'이란 제목의 기사에 엉뚱하게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당시의 보도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핵실험은 아시아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기사 오른편에 국내 증권사 객장에서 '노대통령 탄핵'이란 제목의 신문을 한 남성이 들고 있는 사진이 게재됐습니다. 사진에는 북한 핵실험 사태로 시장 우려로 고조되고 있다'는 설명까지 붙었습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탄핵도 '핵'인가" "BBC는 한글을 모르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단 말인가"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된장녀'의 우상 '귀족녀' 부활하다

올 여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된장녀'의 우상 '귀족녀'가 다시 화제입니다. '귀족녀'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명품 소비를 일삼는 젊은 여성을 뜻합니다. '된장녀'가 소비 능력이 없는데도 명품을 추종하는 허영심 많은 여성이라면, '귀족녀'는 실제 명품 소비의 주체란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된장녀'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다면, '귀족녀'는 청담동 카페에서 차를 마신다는 거죠.

'귀족녀'가 인기 검색어로 부활한 것은, 지난 9일 개국한 케이블 tvN의 프로그램 '라이크 어 버진'의 내용 때문입니다. 가수 옥주현이 진행을 맡은 이 토크 프로에 '귀족녀'를 자처하는 몇 명의 여성이 출연했습니다. 고위 공직자를 부모로 둔 이 여성들은 한 달에 700만~800만원의 쇼핑을 한다고 해서, 네티즌들의 속을 뒤집었는데요. 명품 소비의 기준으로 희소성을 꼽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구찌나 프라다등 대중이 알만한 브랜드보다 소수의 마니아만 아는 상표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한다는 점에서, '된장녀'와 다릅니다. 경제력있는 남자와 결혼하길 바라지만 이는 신분유지를 위한 것입니다. 신데렐라 컴플렉스와 다른 것이죠. 또한 직장을 다니다 홀연 캐나다및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만큼 자기계발의 의지도 강합니다.

네티즌들은 일단, 한 달에 수백만원을 쇼핑을 지출한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타고난 재력으로 사치를 누린다는 데 무슨 문제냐"며 두둔하기도 합니다. 부유층의 축재 정당성을 의심하다가도 소비생활을 부러워하는 것. 소비 양극화에 대한 이중적 심리입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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