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부동산 매각 중간점검/「군산빼기」전기업에 확산(경제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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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견ㆍ중소기업 선정 고심/위축된 투자마인드 회복 시급
기업들의 보유부동산 매각작업이 제2라운드를 맞고 있다.
대기업ㆍ중견기업ㆍ중소기업으로 이어지는 릴레이식 매각대상부동산 선정작업이 매듭단계에 들어서면서 기업마다 매각공고ㆍ원매자물색 등 후속조치에 분주하다.
이와 함께 근로자주택 건설ㆍ근로자복지기금마련ㆍ중소기업업종이양 등 기업들의 「총체적 자구노력」이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의 「5ㆍ8부동산대책」발표직후인 지난 10일 10대그룹이 1천5백70만평 규모의 부동산매각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증권ㆍ보험사 등 금융기관들이 지난 21일 1백2만평 3천7백억원어치의 부동산을 팔겠다고 밝혔고,11∼49위권의 39개 그룹중 은행관리를 받고 있는 영동개발을 제외한 38개 그룹도 28일 매각규모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중견ㆍ중소기업들도 대한상의ㆍ기협중앙회 등 경제단체들이 중심이 돼 내주초에는 매각규모를 밝힐 예정이어서 전체 기업으로 확산돼 온 부동산 「군살빼기」의 작업은 이달안에 일단 한 고비를 넘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작업들이 제대로 마무리되기 까지에는 아직 많은 난관이 남아있어 「이제부터가 문제」다.
우선 어떻게든 발표야 하겠지만 중견ㆍ중소기업들은 부동산매각을 둘러싸고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48대 기업을 제외한 중견기업과 지방의 중소기업은 대한상의가,서울지역의 중소기업은 기협중앙회가 각각 매각대상 부동산을 취합ㆍ발표할 예정이나 26일까지 단 한건도 접수되지 않은 상태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전체의 80%가 아직 공장용지도 없어 남의 땅을 빌려 쓰고 있는 판에 내놓을 부동산이 어디 있겠느냐』는등 상당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중견ㆍ중소기업들은 모두 4만여개에 이르고 있으나 ▲임대용지를 쓰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자사보유토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업무용외에는 거의 없다는 주장인데다 특히 사주와 법인과의 소유구분이 명확치 않아 대상부동산의 선정기준 마련부터 상당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경우 발표작업이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미 매각규모가 확정된 대기업과 금융업체의 경우 ▲임야ㆍ야산 등은 원매자가 별로 없으나 ▲도심상업용지등은 과열매입가능성까지 있어 이를 동시에 걱정해야하는 실정이다.
지난 16일 럭키금성그룹을 시작으로 10대 그룹 대부분이 이미 매각공고까지 마친 상태로 공고직후부터 매입관련 문의가 특정용지에만 집중되는등 이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
특히 덩치가 큰 연수원ㆍ골프장용지 등의 경우 예상외로 문의가 빗발쳐 해당 기업들이 『매입자를 밝히겠다』는 약속까지 받는등 과열조짐도 보이고 있다.
과다보유부동산 매각과는 별도로 추진되고 있는 임직원등 제3자명의 부동산의 경우 지난 19일까지 일단 국세청신고가 끝났으나 6월말까지로 예정된 실사과정에서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임직원명의 부동산을 법인명의로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할 세금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정해야하고 신고누락분을 찾기위한 숨바꼭질도 치열할 전망이다. 또 기업보유부동산 처분과정에서 위축된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문제도 정부몫으로 남아있다. 『부동산을 내놓는 것보다 부동산투기의 주범으로 몰린 것이 더욱 가슴아프다』는 기업들의 「속병」을 고치는 것도 그렇고 부동산매각과 함께 신규부동산 취득에도 상당한 제약이 가해짐에 따라 더욱 까다로워질 은행돈 쓰기와 신규사업을 위한 용지확보의 어려움에 정부로서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또 이번 조치가 민심을 등에 업은 조치였던만큼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해도 강경조치에 대한 불만도 잠복해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부동산 매각이 땅값안정과 기업의 생산투자 등 본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문투기업자ㆍ공직자 등에 대한 부동산조사 등 후속조치 ▲기업의 부동산보유에 대한 엄격한 기준마련 및 생산투자지원등 보완조치가 이뤄져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민병관기자>
□<기업부동산매각일지>
▲4.30 대통령 특별지시
▲5.8 정부 「부동산 투기억제 및 증시안정 대책」발표
▲5.8 국세청 「비업무용 및 제3자명의 부동산 특별조사반」구성
▲5.10 10대 그룹 1천5백70만평 매각발표
▲5.11 이병선 한일은행장 사임
▲5.15 기협중앙회 「경제위기극복 특별대책위」구성
▲5.17 10대 그룹 매각부동산 49대기업에는 안팔기로 결의
▲5.19 30대 그룹 국세청에 제3자명의 부동산보유현황 신고
▲5.21 증권ㆍ보험사 1백2만평 매각발표
▲5.25 48대그룹 「기업현안문제 대책위원회」구성
▲5.28 11∼48위권 38대 기업 부동산매각규모 발표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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