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국 기업 보호 강경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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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이 외국산 제품에 대해 잇따라 안전과 품질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일본산 화장품에 이어 유럽산 화장품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고 밝힌 데 이어 외국 식당과 수입 식품의 위생 문제도 잇따라 지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산 제품의 품질과 안전 문제를 들고 나온 측면이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홍콩의 품질검사 담당 기관인 표준검정센터는 세계 유명 화장품업체인 랑콤.크리니크.에스티로더.크리스찬 디올의 콤팩트 파우더 6개 제품에서 미 식품의약국(FDA) 기준(㎏당 1㎎)을 넘는 양의 크롬과 네오디뮴이 나왔다고 25일 발표했다.

앞서 19일엔 중국의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품질검사 기관)이 일본산 기초화장품 SK-II에서 크롬과 네오디뮴이 검출됐다며 제조사에 관련 제품 모두를 수거하라고 명령했다.

<본지 9월 26일자 11면>

이에 대해 제조사들과 중국.한국에서 이들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모두 제품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홍콩 SK-Ⅱ판매사 관계자는 26일 "엄격한 품질검사를 거친 제품에서 중금속이 나왔다는 발표는 이해하기 힘들다"며 "중국 정부가 자국산 제품 보호를 위해 무리하게 조사했거나 조사 대상이 진품 아닌 모조품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에스티로더 홍콩지사 호와이충 대변인은 "우리 제품은 안전하며, 본사와 협의한 뒤 화학검사를 벌여 중국 정부 발표가 사실인지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랑콤 화장품을 파는 LOK사는 "중국에서 문제가 된 제품은 한국에선 팔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외국 음식점과 수입식품에 대한 위생검사도 강화하고 있다. 저장(浙江)성 공상국은 25일 항저우(杭州)의 일본 식당 다섯 곳을 대상으로 위생검사를 한 결과 합격률이 35.3%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형유통업체인 까르푸에서 판매하는 초밥 10개 품목이 위생검사에서 모두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저장성 당국은 최근 일본산 꽁치에서 기준치를 최고 22배 초과하는 비소 성분을 검출했으며, 랴오닝(遼寧)성 검역 당국은 기준치를 넘는 비소 성분이 들어 있는 일본산 양념을 적발했다.

7일에는 상하이(上海)와 후베이(湖北) 등지에서 검역 당국이 납 성분이 함유된 수입 샐러드유와 카드뮴이 들어 있는 수입 냉동오징어, 유황 성분이 검출된 가자미 등을 각각 발견했다.

이런 추세로 볼 때 앞으로 중국에서 수입 제품에 대한 안전.위생.품질 검사가 계속 강화될 것이라는 게 현지 업계의 전망이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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