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못 읽는 청와대에 '공개 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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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내부에서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이 공개석상에서 나왔다. 22일 열린우리당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공공기관 운영법' 공청회에서다. '낙하산 인사' 문제는 줄기차게 야당에서 제기해 온 사안이다. 그럼에도 "잘못된 게 없다"는 청와대의 입장을 고려해 비판 수위를 낮춰 왔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내부 분위기는 달라졌다. 특히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에 대한 인사 압력 의혹이 제기되고, 논란이 됐던 이재용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임명을 강행하는 등 청와대가 '내 식대로'를 고집하면서다.

◆ '낙하산 비판' 왜 나왔나=열린우리당 공기업개혁기획단장인 채수찬 의원은 "(낙하산 인사는) 국민들도 다 아는 상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낙하산 인사에 대해 기획예산처는 통계적으로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획단 소속인 문병호 의원도 "낙하산 인사에 대한 문제점을 당내에서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자신의 '낙하산 인사' 비판에 대해 "평소 가졌던 생각을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당 내부에선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불만이 높다는 얘기다. 낙하산 인사를 공개적인 수술대에 올릴 때가 됐다는 공감대가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특정 인사에 대한 불만은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김현미 의원은 지난달 25일 국회 운영위에서 "이재용(전 환경부 장관)씨를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앉혔는데 여기에 대해 도덕성 시비가 나오고 있다"고 문제 삼았다.

같은 운영위 소속의 박기춘 의원도 "이씨 임명은 낙선자 배려이자 참여정부 보은인사의 완결판이므로 임용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내 한 중진 의원도 "국민들은 그가 내년 대선이면 다시 나와서 영남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할 사람으로 본다"며 "청와대가 여론의 비판을 전달하는 중진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은희 전 청와대 제2부속실장이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 당 핵심 인사는 "전문 분야 경력이나 40대 초라는 나이 등을 감안해 볼 때 적절한 선택이 아니다"라며 "공기업 인사가 막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 의식에서 6월 당내에 '공기업 개혁기획단'이 꾸려졌다. 갈수록 확산되는 '낙하산 인사'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변재일 제4정조위원장은 "공기업 인사에서 투명성에 확신을 국민에게 주지 못하면 '낙하산 인사'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개선책은=공기업개혁 기획단은 '낙하산 인사'를 개선하기 위해 공기업 임원을 뽑을 경우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임원추천위원회뿐 아니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운영위에는 민간인 위원을 과반수가 되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운영위 역시 기획예산처 장관이 위원장을 맡도록 돼 있어 낙하산 논란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채수찬 의원은 "낙하산 인사 논란은 시스템이 갖춰진다 하더라도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하면 국민을 설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 해소 여부는 대통령의 결심에 달렸다는 얘기다.

신용호.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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