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업자들 "잊고 싶은 한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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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업자들은 "2006년은 잊고 싶은 1년"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양소순 실장은 "'세금 폭탄'으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1차 피해를 공인중개사들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2000여 곳의 부동산 중개업소가 문을 닫고 같은 수의 중개업소가 문을 연다"고 덧붙였다. 협회에 따르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모두 23만여 명. 이 가운데 실제 중개업을 하는 중개사는 7만9000여 명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중개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면서 중개업을 하는 공인중개사가 매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도 평촌의 S사무소장은 "사무실을 비워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다. 5개월째 매매가 없다"며 "양도세율을 조금 낮춰줘야 집주인이 집을 내놓을 텐데,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보니 관망하는 분위기가 대세"라고 말했다.

올해 수입이 2000만원도 안될 것 같다는 서울 창동의 E사무소장은 "은평 뉴타운의 평당 분양가가 1100만원을 넘어서면서, 그 여파가 창동까지 미치고 있다"며 "집을 팔려던 사람도 기대심리 때문에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E소장은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려면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임대주택을 많이 지어 서민을 위한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대전시 서구 둔산동 K사무소장도 공급 확대를 주장했다. 그는 "2002년부터 행정수도 여파로 값이 서너 배 오른 아파트도 있는데, 최근 들어 분양 아파트의 입주 물량이 쏟아져 거품이 빠지고 있다"며 "아파트 물량을 많이 공급하면 집값은 잡힌다는 평범한 진리를 정부 관료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 목동의 S사무소장은 "집주인이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이 부동산 문제의 출발점"이라며 "집값을 잡겠다고 외치면서 판교와 은평 뉴타운 분양가를 대폭 올린 건교부와 서울시를 누가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 특별취재팀: 경제부문=정선구.이현상.심재우.김필규.임미진 기자,
사진 부문=신인섭 기자

*** 바로잡습니다

9월 21일자 6면 '고단한 자영업자 사계절'기사에 나온 '부동산중개인'이란 제목에 대해 일부 중개업자동호회 분들이 '중개인'과 '공인중개사'를 통틀어 일컫는 '중개업자'가 맞는 표현이라고 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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