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대변하는 「온건진보」표방/정당창당 서두르는 민연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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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모든 민주세력 힘합쳐 반독재 투쟁”/기존 야당과 다른 성격 부각이 숙제
「민중의 정당 건설을 위한 민주연합추진위」(민연추)가 13일 오후2시 결성식을 가짐으로써 빠르면 연말께로 예상되는 창당작업이 본격궤도에 올랐다.
모두 4백35명의 각계 추진위원이 참석한 이날 대회에서는 백기완(전전민련고문) 이우재(전진보정당준비모임대표) 고영구(변호사)씨를 공동대표위원으로,창당에 따른 실무작업을 총괄할 집행위원장에는 이부영씨(전전민련공동의장)를 각각 선출했다.
자주ㆍ민주ㆍ통일ㆍ민중복지를 창당이념으로 내세운 민연추는 결성선언문에서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노력해 온 각계 각층의 노력과 성과를 계승하여 노동자ㆍ농민ㆍ도시서민ㆍ중소상공인ㆍ여성ㆍ청년학생등 그동안 정치적으로 소외되어 온 민중의 정치적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민중의 정당건설을 추진할 것이며,반독재 민주화투쟁을 위해 야당및 모든 민주세력과 제휴ㆍ연대ㆍ연합할 것』이라고 밝혀 기존 야당에 비해 「상대적 진보성」을 보일 것을 천명했다.
그동안 민연추 준비모임측이 수십차례 회의를 통해 가장 고민하고 논란을 벌인 부분이 새 진보정당의 「성향」규정과 함께 평민ㆍ민주(가칭)당 등 기존 야당및 전민련ㆍ국민연합등 재야단체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문제.
준비모임 구성원중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층 일부에서는 「계급정당을 염두에 둔 전단계로서의 이념정당」을 강력히 주장했으나 이부영준비모임 상임위원장등이 국민정서와 정치상황등 「현실」을 내세워 설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앞으로 창당될 진보정당의 성격에 대해 『한마디로 온건 진보주의 정당이 될 것』이라고 표현한다.
민연추발족과 함께 재야ㆍ야당과 손잡고 「반민자당투쟁」을 시작하기로 했지만 이념을 내세우는 일부 재야로부터는 민연추의 합법ㆍ온건노선에 대한 비판이 줄곧 제기될 것이 확실하다.
기존 야당과의 관계에서도 민연추는 「상대적인 진보성」을 강조하면서 사안에 따라 제휴ㆍ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국민,특히 기층민중사이에서 새 정당이 어떻게 기존야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홍보하느냐도 큰 과제다.
이때문에 민연추는 강령문안에서도 그동안 재야가 즐겨 써 온 「도시빈민」이라는 단어를 「도시서민」으로 바꾸는등 나름대로 신경을 쓴 흔적을 보였다.
13일 대회에서 채택된 민연추의 10대강령은 ▲외세ㆍ군부독재통치를 종식하고 민중이 주인이 되는 자주적인 민주정부를 수립한다 ▲평화와 호혜평등에 입각한 자주적인 외교노선을 확립한다 ▲반민주악법과 폭압기구를 철폐하고 민주적 기본권을 보장한다 ▲민중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민족통일을 달성한다 ▲경제구조를 민중복지의 자립경제로 개편한다 ▲노동자ㆍ농어민ㆍ도시서민ㆍ중간 제계층ㆍ중소상공인등의 권익을 보호한다 ▲사회 전영역에서의 성차별을 철폐한다 ▲주택ㆍ의료ㆍ보건ㆍ환경등 국민생활 전반에 걸친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민족ㆍ민주ㆍ인간화 교육이념에 입각,모든 국민에게 평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한다 ▲건전한 민족ㆍ민중문화를 육성하고 자립적인 과학기술을 발전시킨다 등.
학계ㆍ법조계ㆍ문화예술계의 유명인사들도 대거 참여한 민연추는 그만큼 일반 국민의 호응을 받을 가능성도 크지만 한편으로는 「명망가」가 아닌 노동ㆍ농민층 출신의 지분을 어느 정도 확보ㆍ보장 하느냐도 숙제거리.
결국 집권층의 「거여 소야­미니진보정당」구도에 본의아니게 호응하는 결과를 피하면서 궁극적으로 선거등을 통해 유권자의 호응을 얼마나 얻어 내느냐가 민연추와 새 진보정당의 앞길을 좌우할 것 같다.<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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