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선후보 검증 막 올랐나?

중앙일보

입력

차기 대선주자 가상대결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수위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후보 검증작업이 벌써부터 예방주사의 성격을 띄면서 하나둘씩 제기되고 있다.

이 전 시장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정두언 의원은 지난달 13일 '이명박(MB)에 관한 7가지 거짓말'이란 글을 통해 의혹의 싹을 일찌감치 잘라내려 했다.

정 의원이 당시 의혹이라며 공개한 것들은 이 전 시장이 '숨겨놓은 자식이 있다'는 등의 내용으로, 정치권 인사들조차 모르는 극히 일부에서 제기된 루머로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이회창 학습효과 때문에 대선캠프가 대권주자들에 대한 검증을 빨리 마무리하려는 조급증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전 시장에 이어 이번에는 박근혜 의원의 '정치자금'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극우성향의 소설가 오정인 씨는 12일 "한달쯤 전부터 몇 개의 짧은 글쪽지를 받았다"며 "박근혜는 도대체 무슨 돈으로 저렇게 매일 새 옷 갈아입고 쓰고 다니는지 자신들의 산수계산으로는 도저히 셈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라고 박 의원에 대한 의혹을 터뜨렸다.

오 씨는 "그 메모에는 박근혜의 재산신고내역과 TV 출연 때, 박근혜 본인의 입으로 밝힌 은행잔고의 액수와 대구의 지역구사무실 현황등과 또 새로 연다는 여의도 사무실 규모등과 호박넷등 몇 개의 인터넷 홈페이지와 모든 활동에 들어가는 인건비등과 활동비 등등의 월별 세밀한 예측 계산서도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오 씨는 "젊은 금융맨인 듯한 그들이 보낸 그 메모의 내용이 다 사실이라면, 박근혜는 몇 달 전부터 누군가에게서 이미 거금을 도움 받지 않았다면 집이라도 팔았어야 하는 액수라는 것"이라면서 "아무리 천여만원의 세비를 매월 받는다 해도 그 걸로는 어림도 없고 은행의 잔고는 이미 오래전에 바닥이 났을 거라는 것이다. 계산의 차이는 있을 것 같다"고 의혹의 강도를 높였다.

이어 "계산상으로는 이미 상당한 액수가 의혹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박근혜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의혹 역시 정치인으로서는 국민들에게 분명 명쾌하게 해명되어야 할 부분일 것 같다"며 "아직 대권후보가 아니니 한나라당에서 충당해 줄 리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독일 아데나워재단 초청으로 오는 23일 쯤 독일을 1주일 정도 방문하는데 이어, 국정감사가 끝난 11월에는 중국, 인도, 프랑스 등 해외방문 일정이 예정돼 있다.

이에 대해 오 씨는 "그런데 또 무슨 여행이냐는 것이다. 어느 단체나 개인이 박근혜를 도와주고 있다면, 마땅히 국민에게 밝히고 증여세를 내던지 정치헌금이라면 법 한도액도 알아봐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이 문제를 꼭 한번 칼럼에 반영해달라는 간곡한 우익 독자들의 요청이었다"면서 "물론 후원금을 모을 수도 있을 테고 그들의 단적인 계산이 다소 틀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솔직히 나도 많이 놀랐다. 정치인이기 때문에 받는 시선일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거론하고 싶지 않았던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힌 뒤 "그러나 오히려 박근혜를 보호하기 위해서 이렇게 알리기로 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이자 한나라당 내에서 치열한 세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 전 시장과 박 의원에 대한 이 같은 의혹제기는 자발적인 동시에 같은 보수진영 내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경선을 통한 한나라당 대선 후보 확정=대통령'이란 인식이 우파진영에서 팽배한 상태에서 이러한 류의 의혹제기는 한나라당이 대선후보를 결정하게 될 내년 6월까지 어떤 식으로든 계속될 전망이다.

<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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