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민속문화뿌리 한눈에|대구 대봉동에 국내최초 무속박물관 「건들바우」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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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국내 최초의 무속박물관인 건들바우박물관(관장 곽동관)이 지난3일 대구시중구대봉동733의4에서 개관되었다.
2개의 전시실과 시청각자료실·학예연구실을 갖춘 2백평규모의 이 박물관은 각종 무속자료 1천5백여점을 소장하고 그중 5백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건들바우박물관은 민속종교가 한민족의 정신문화에서 뿌리가 되어왔는데도 소멸의 상황에 있는 때에 ▲우리민속종교문화에 대한 자료를 수집·보존·연구·전시하여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자료전시를 통해 한민족의 종교생활상을 알수 있게 하자는 뜻에서 설립이 추진되었다.
이 박물관의 건립에는 장주근(경기대) 김택규(영남대) 최길성(계명대) 장철수(안동대)등의 문화인류학 관련 교수들이 참여했다.
자료수집은 10여년전부터 시작되었고 3년전부터 학예직을 두어 분류와 전시기획을 해왔다.
무속박물관은 제1전시실에 ▲마을신당 ▲가정신당, 무속 제2전시실에 ▲민속불교 ▲점복과 주술 ▲조상숭배등의 자료를 각각 전시하고 있다.
마을신앙부문에서는 1900년대의 장승과 솟대·벅수·마을제당·철마등을 전시하고 있다. 이중 철마는 경북상주에서 발견된 것으로 동제당아래 묻어두던 것이다. 신이 말을 타고 나타난다는 뜻을 갖고 있다.
가정신앙에서는 성주신·삼신·조왕·터주·업등을 보여주고 있다. 집안을 지켜주는 성주신은 대들보에, 조상단지는 시렁에, 조왕은 부엌에 각각 짐의 모양을 만들어 전시함으로써 신의 위치를 쉽게 알수 있게 했다.
무속은 무패·무복·악기·무신당·무신도·무신상·무화 등을 용도에 따라 전시했다. 당신은 소규모로 만들어 볼수 있게 했다.
무복은 굿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무신상은 대개 2백년전의 것으로 부처·여인·신선등의 모습을 담고 있어 다양하다. 무당들이 자신들의 상상에 따라 그들 신의 형태를 만들어 내었다.
민속불교에서는 무와 불교가 어우러진 모습이 보인다. 불상·불화·산신·칠성등이 배열되었다.
점을 치기 위한 각종도구, 서적·주술의 형태도 전시되고 있다. 부엌문에 주문(주문)을 써놓아 눈병을 고치려 했던 것이 이채롭다.
조상숭배부문에서는 각종장례장식이 많이 선보이고 있다. 혼이 봉황을 타고 저승에 가는 그림, 악귀를 좇는 도깨비형상, 저승가는 노자를 종이로 찍는 목판등이 보인다.
무속박물관측은 이같은 전시와 함께 연구기능을 확대할 예경이다. 연2회정도 연구서를 내고 자료출판도 기획하고 있다. 개관기념으로 『한국무신도시리즈 I·산신도』를 냈다.
최길성교수는 『앞으로 연구활동을 강화하여 자료집을 내고 무속에 관한 기록영화제작, 학술적 목적의 굿공연, 외국과의 무속자료교환등의 일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건들바우박물관은 초기단계인 만큼 무속자료의 분류나 지역적 특성에 따른 전시등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또 전시자료도 경북지방의 것이 많고 전국적인 규모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무속자료가 잘 보관되는 성질의 것이 아닌 만큼 자료수집이 시급하다.
박물관측은 동해안별신굿을 독립코너로 만드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으나 현재와 같은 전시공간으로는 체계적 전시가 어렵다.
무속박물관의 중요성에 비추어 소규모 전문박물관으로 안주해서는 큰 의미가 없으며 이점에서 설립자측의 발상의 전환과 학계·문화당국의 지원도 요구된다.
건들바우 박물관은 대구지역에서 대학박물관을 제외하고는 유일한 박물관이어서 무속박물관으로서의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지역문화에 일정한 기여를 할것으로 보인다. <대구=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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