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학 1년부터 취직 걱정을 해야 하는 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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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학가에 취업박람회가 줄을 잇고 있다. 연일 수천 명의 졸업예정자가 몰려들어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대학들이 "취업률이 높아야 명문대"라며 취업박람회 유치에 열을 올리는 데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절박한 심정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취업박람회에 더 많은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고도 한다. 취업박람회는 이제 구직 희망자나 기업 모두에 유용한 기회로 확실히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대학가에 번지는 취업박람회 열풍은 거꾸로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졸업해도 마땅한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학은 온통 취업 준비학원으로 바뀌고, 취업 재수생들의 대기소가 됐다. 이제는 갓 대학에 들어온 1학년 학생들마저 수업을 팽개치고 취업박람회부터 찾는 지경이다. 학문과 인성을 갈고닦아야 할 대학생활을 처음부터 취업 준비에 쏟아붓는 것이다. 그러나 일자리 자체가 늘지 않는 한 취업박람회를 열심히 찾는다고 해서 취업 기회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뻔한 일자리를 두고 경쟁만 더 치열해질 뿐이다.

청년실업을 해소하는 첩경은 역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기업이 투자를 늘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결국 우리가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한 대로 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고, 기업의 투자 의욕을 살리는 것만이 청년실업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이다.

이와 함께 취업 준비생들도 이제는 발상을 바꿔야 한다. 번듯한 대기업의 일자리는 무한정 있는 게 아니다. 지금도 중소.중견기업들은 일손을 구하지 못해 난리다. 외국인 근로자를 쓰거나 해외로 떠날 채비를 하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 학력 과잉의 거품을 걷고, 눈높이를 현실적으로 낮추면 괜찮은 일자리는 아직도 많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부모의 그늘에 얹혀 사느니, 시야를 넓혀 스스로 인생을 개척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