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고수한마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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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판교 2차 분양 때 금리 0%짜리 채권 구입' '자동차 구입에 연 2.5%짜리 도시철도 채권 구입'….

보통 사람들이 채권을 사는 경우라곤 이런 정도다. 투자는커녕 부동산 구입 때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끼워 사는 물건, 씁쓸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그러나 재테크 고수들에게 채권은 '아는 사람은 아는' 매력적인 투자 상품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 노평식(42.사진) 금융상품운용팀장은 "일반인에게 채권은 돈 안 되는 '준조세'처럼 인식된 측면이 있지만 사실 채권은 돈이 되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그러려면 우선 '채권 투자는 복잡하고 어렵다'는 인식부터 벗어야 한다. 노 팀장은 "수익률이나 표면금리 등 계산법이 복잡해 채권은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는 은행에서 계좌 만드는 것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처럼 주식시장은 긴 조정에 빠져 있고, 금리는 오를 만큼 오른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이라면 채권만 한 투자상품이 없다는 것이 노 팀장의 진단이다.

예컨대 11월 29일 만기가 돌아오는 3개월짜리 외환은행채의 수익률을 은행예금으로 환산하면(세전 수익률 기준) 4.66%다. 반면 외환은행의 3개월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3.6%다. 1%포인트 이상 수익률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일반인이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의무적으로 사야 하는 표면금리 3%의 국민주택 1종 채권도 증권사 입장에선 훌륭한 투자상품이다. 2011년 8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5년짜리 '국민주택1종06-08'채권의 수익률은 연 5.67% 정도다. 세금우대 채권저축, 비과세 생계형 저축 등 은행 적금 상품과 유사하면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품도 꽤 된다.

노 팀장은 "채권 투자자들은 보통 500만~1000만원 단위로 투자하는 게 보통"이라며 "그러나 최근엔 1만원 단위의 소액 투자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노 팀장은 89년 동양증권에 입사, 5년간 주식 분야에서 경력을 쌓다가 96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채권 운용과 소매만을 담당해 왔다. 채권 투자에 관한 한 누구에게도 윗자리를 양보하고 싶지 않은 베테랑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채권 투자도 한다. 증권사 직원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채권은 허용된다. 노 팀장이 주로 투자하는 채권은 상대적으로 고위험 고수익인 전환사채다. 현재는 동양증권과 LG카드의 전환사채에 투자하고 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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