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1년 생 김정필 돌풍에 씨름판"술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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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90년 벽두부터 고교1년 생 씨름꾼이 출현, 대권도전을 선언하고 나서 모래판을 술렁이게 하고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오는3월 영신고 2학년이 되는 김정필(김정필). 17세에 1m85cm·1백28kg의 대물(대물)이다.
김은 90통일천하장사대회에 아마추어를 대표하는 l6명중에 뽑혀 출전,1회전에서 제17대 천하장사 김칠규(김칠규·24·현대·1m85cm)를 꺾어 기염을 토했다.2회전에서 인간기중기 이봉걸(이봉걸·33·럭키금성)을 만나 8강 진출이 좌절됐다.
그러나 김은 이봉걸과도 팽팽한 접전을 벌여 첫판은 승부를 내지 못한 채 비기고 둘째 판에서 석패했다.
김이 씨름판에 정식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개최된 89전국 씨름 왕 대회에서 고등부 씨름 왕 타이틀을 따내면서부터.
그러나 이때도 김의 우승은 실력이라기보다는 고교생 중에서는 발군인 김의 체력덕분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실제로 영신중3년 때인88년까지만 해도 제17회 소년체전을 비롯, 제2회시·도 대항전등을 석권한영신중이 단체전4관 왕에 올랐을 때 확실한 1승을 보태는 단체전용선수로만 여겨졌을 뿐이다.
김이 정식으로 홀로 서기를 위한 체력·기술훈련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부터.
『1년 동안의 본격훈련을 통해 이제 겨우 씨름선수로서 초보단계를 벗어난 정도』라는 게 지도교사인 이형석(이형석)감독의 평가다.
그러나 김은 기술을 몸으로 습득하는 반사신경이 뛰어나고 약간 무른 듯한(?)외형적인 인상과는 달리 동작이 날렵하며 적극적인 성격을 갖고있어 앞으로 한달 여 남은 동계체력강화훈련을 마치고 6개월간의 부분기술훈련을 거치면 올 하반기에는 모든 면에서 대학선수들과 맞먹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김의 주공격기술은 다리기술 뿐이었고 드는 기술을 익히기 시작한 것은 불과 두 달이 채 안 된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
김에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은행원이던 아버지 김기수씨(김기수·44) 가 지난해부터 몸져누워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충분한 뒷바라지를 받고있지 못하다는 것.『좋은 후원자를 만나 물렁살을 근육 살로 바꾸는 일도 전문직 기술훈련만큼이나 김에게 시급한 과제』라는 게 이 감독의 지적이다.
대구 신안국교4년 때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김이 거구의 덩치답지 않게 날렵하고 순발력이 뛰어난 것을 보고 동부국교의 씨름부 정정섭(정정섭)코치가 씨름입문을 권유, 전학을 해 샅바를 잡았다.<김인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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