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학 등 비정치적 분야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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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남북교수·대학생 교류 자문위(위원장 서돈각 학술원 회장) 남북 대학생 교류 추진위(위원장 정용석 단국대 교수) 남북교수 학술 교류 추진위(위원장 홍승식 고려대 교수) 등 3개 단체가 21일 호텔신라 영빈관에서 가진「남북간의 교수 학술·대학생 교류 방안의 모색」주제 제1회 학술회의에서 참석자들은『남북간의 전반적인 인적·물적 교류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으므로 우선 비정치적인 교수·학술·대학생교류를 꾸준히 추진한 뒤 그 성과에 따라 차차 교류의 폭을 넓혀나가야 한다』며『북한에 대한 그릇된 환상을 버리고 대북 제의나 접촉 창구는 일원해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남북교수·학술 교류방안의 모색(김정배·고려대 교수)=남북간의 학술·학자교류는 정치적 색채가 옅은 분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고대사나 고고학 같은 분야는 일견 비정치적인 것 같지만 해석에 따라 상당한 정치성을 띨 수 있다.
따라서 비정치적이면서도 민족의 동질성 회복에 큰 의미가 있는 민속학, 전통 음악이나 미술, 남북한의 언어, 생태학 등의 교류가 선행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교류는 단계별로 추진되어야 한다. 첫 단계는 학술정보와 자료의 교환정도에 그치는 것이 좋다. 그 다음 단계는 유물 전시회·민속자료 전시회 등 각종 전시회를 공동으로 개최해 학자들이 서로 만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여기까지 잘 되어나가면 남북학자들이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공동조사를 실행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여기서 얻어낸 성과는 학계에 보고하고 책으로 출간토록 한다. 마지막 단계가 교류의 극치라 할 수 있는 공동학술회의의 개최다. 여기까지 오면 남북이 공동으로 연구소를 설치·운영할 수도 있고 학술잡지의 발간도 가능할 것이다.
이때 교류의 창구는 민간기구인 위원회가 되어야 한다.
▲동·서독 학생 및 학술교류의 과거와 현재(정용길·동국대 교수)=동·서독은 분단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인적·물적 교류가 이루어져 왔다는 것이 우리와 다른 점이다. 실익을 중시하는 민족성 때문인지 경제·교통 등의 분야에서 먼저 교류가 시작됐으며 학생·학술교류는 80년대 들어서야 본격화됐다.
학생들의 교환방문이나 유학 등은 흔히 있는 일이며 국경 부근의 학교들끼리는 자매결연을 해운동경기도 갖는다. 양측은 모두 청소년들이 독일 역사와 문화에 의식을 같이할 기회를 자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학술교류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는 유전공학·환경보건·원전안전·에너지연구·의학 등 자연과학 분야이며 이데올로기와 연관이 있는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아직도 교류가 활발치 못하다. 인문 과학에서는 독일어 맞춤법에 대한 공동연구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광범위한 교류가 바로 오늘날 베를린 장벽을 허문 힘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서독이 동독에 가능한 범위 내에서 많은 양보를 했고 상대방의 체면과 명분을 살려주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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