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 동구 시장에 "군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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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이 민주화 바람을 타고 경제 체제의 개혁과 개방이 적극화됨에 따라 서구에 이어 미국도 이들 지역에 대한 시장개척 노력을 본격화 하고있다.
이같은 미국의 최근 동향은 상무부 등 관주도에서 시작되어 은행등 민간차원의 실무 관계기관들이 가세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측이 동구권 진출에 부쩍 열을 올리는 것은 서독·프랑스 등 유럽 기업들에 비해 실적이 현저하게 뒤처져 있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폴란드의 경우 서독기업은 무려 4백개에 달하는 합작 기업투자를 추진하고 있는데 반해 미국기업들은 이제 겨우 10%에 불과한 40개 정도의 합작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도 미국과 사정이 큰 차이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전문적으로 연구에 나서고 있는 미 측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분석·검토,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 동구권 국가들이 중앙계획 경제 체제를 벗어나 시장경제를 지향하고 있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대세이며 생필품 등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광범위해 시장으로서의 가치도 충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외환이 부족한 만큼 조급하게 투자성과를 기대하다 보면 실패할 확률이 높은 단점도 갖고 있다.
현재 미국기업들은 통신·보험·관광 등의 분야에서 진출을 적극화하고 있는데 소련과 만도 1백여 합작기업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추세와 관련하여 최근 동구를 순방했던 모스배커 미 상무장관은 동구국가들의 법률·회계·은행체제가 서방국가들과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경고했다.
모스배커 장관은 이와 함께 동구국가들이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서방 선진국들의 투자를 유치하고 교역을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중앙통제경제의 경직된 체제를 서방 쪽의 국제적 관행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동구 국가들은 그들의 경제개혁 의욕에도 불구하고 현 단계에서 외국 기업들에 신용장조차 발급할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서방에서 통용되는 국제적인 회계방식도 이들 나라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점들은 동서간 경제 및 사업협정에서 해결되어야 할 여러 문제점 중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모스배커 장관은 협정에 관한 정부간 협상이 우선 되어야 하는 이유로 민간기업들이 마음놓고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정부가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래야만 진정한 투자를 불러일으켜 고용을 창출하고 이에 따라 동구국가들의 생활수준 향상을 통한 형평이 구축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앞으로 미행정부의 이 방면에 대한 노력이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가 제시한 동서 진영간의 교역확대 및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전제조건은 이밖에도 동서진영간 교역증진이 반드시「건전한 강삿속」에 입각해야 한다는 주장도 포함한다.
합작 등 서방측의 투자는 동서경제관계의 발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므로 직접투자가 가장 효과적인 장기 지원책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특히 민간차원의 미국참여는 동구국가들이 서방식의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필수 요건인 자본과 전문적인 경영의 도입과 더불어 기업의 활력을 불러일으키게 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 제너럴일렉트릭사(GE)의 헝가리 퉁스탐 사와의 1억5천만 달러 합작이 그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또 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바이어와 셀러(구매자) 가 상호 정확한 경제통계에 접근할 수 있어야만 하는데 미국 기업들에는 정확하고도 시의 적절한 통계를 작성,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장점도 있다.
모스배커 장관은 여러 가지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대 동구투자를 늘려야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이들 국가들의 인권상황 개선 문제를 들고 있다.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는 상호 불가분의 관계로서 동서진영간 교역의 증진은 결국 인권신장에도 유리한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한편 70년대 폴란드에 거액을 융자해주고 받지 못하고 있는 시티은행 등 미국의 은행관계자들은 미국 기업들의 동구 전출 러시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르바초프조차 소련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 않느냐』는 것이 이들의 변이다.
또「벌이가 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일본이 동구권 진출에 소극적인 점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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