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가릴 유·무해논쟁|우지 피고인 전원보석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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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비 식용 우지사용과 관련, 구속 기소된 5개 식품업체 간부 10명 전원에 대해 법원이 보석을 허가함으로써 유·무해를 둘러싼 장외공방이 법정에서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게 됐다.
더구나 이 같은 법원의 무더기 보석결정에 대해 검찰이 다른 식품 위생사범과의 형평을 내세워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법원과 검찰간의 신경전 양상마저 보이고있다.
보사부가 이들 식품의 위생검사 결과를 발표(l6일)한 이후 무해판정을 받은 관련 피고인들 일부가 석방될 것으로 예상돼왔지만 전원에 대해 보석이 허가된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보석결정 이유로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없고 ▲정부에서 이미 비 식용 우지사용제품이 무해하다고 밝힌 점 ▲관련 회사들이 문제된 제품들을 전량 수거하겠다고 약속한 점 ▲기업 경영자 구속에 따른 경영상의 타격 등을 들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고 불구속 상태에서 회사 경영을 이끌게 하면서 유·무죄를 가리겠다는 의지표명과 함께 불구속 심리로 시간을 벌자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사부 발표 당시 문제된 제품 가운데 주종을 이룬 라면은 무해한 것으로 발표됐지만 주 서울 하인즈에서 제조된 마가린·쇼트닝 등 일부 제품은 인체에 유해하다고 결론지은 점을 감안할 때 5개 식품희사의 범죄사실에 차등을 두지 않고 한꺼번에 판단한 것은 시비의 소지를 안고 있다.
즉 유·무해 여부에 따른 선별 보석 허가가 아니라 이들을 일괄해 판단한 것은 지나치게 산술적인 형평만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일단 정부가 무해발표를 한 이상 동일사건으로 함께 구속된 이들을 일괄 처리한 뒤 재판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죄질을 가리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검찰수사 결과 비 식용 우지를 사용한 제품 생산규모와 관련, 삼양식품이 7백44억여 원이고 나머지 4개 회사가 15억∼9천여 만원으로 각기 다름에도 불구, 똑같이 보석을 허가한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검찰은 『법원이 과거 옥수수기름에 참기름을 섞어 참기름으로 속여 판 경우나 지방 함량이 규격에 미달하는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판 경우 등 이번 사건보다 사안이 경미한 식품위생사범 재판에서 피고인들에게 징역 5년씩의 중형을 선고했던 전례에 비추어 이번 보석 결정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 업체에 대한 수사가 제품의 유·무해를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원천적으로 식용에 부적합한 원료를 사용해 실정법에 저촉됐으므로 이번 보석결정이 공소유지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검찰은 유·무해 논쟁이 업자들의 반발 때문에 빚어진 일로 사건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는 일관된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수사 발표 후 유·무해 논쟁에 휩쓸려 곤혹을 치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법원의 보석허가가 자칫 국민들에게 이들 식품업자들의 면죄부로 비쳐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아무튼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이들에게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희박해진 셈이지만 이처럼 상반된 논쟁들이 앞으로 재판 과정을 통해 충분히 가러져 식품문화 향상의 계기가 되어야할 것이다. <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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