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제도 허점노린 지능적 범죄|신종 보험사기극의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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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검찰이 적발한 신종보험사기극은 제도적인 허점을 이용, 5∼10여개 종목의 보장성보험에 가입한 운전사들이 보험회사·법원관계자 등과 까고 예행연습까지 거친 뒤 고의로 교통사고를 유발시켜 보험금을 챙긴 지능적인 범죄였다.
특히 이들은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자신과 상대운전자의 생명·안전을 그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한탕주의」풍조가 만연된 우리사회의 병폐를 단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수법=구속된 운전자들은 먼저 보험모집인등과 짜고 사고발생 때 재해정도와 관계없이 일정액을 보상해주는 신종 「소멸성 보장보험」2∼11개 구좌에 가입했다.
그 뒤 ▲보험가입자끼리 고의사고 ▲운전미숙자로 하여금 사고유발 ▲우연한 사고를 가장한 고의추돌사고 ▲제3운전자를 청부, 사고를 야기하는 방법으로 거액의 보험금을 챙겼다.
구속된 신동아화재보험 대리점장 김상호(39), 보험모집인 전종석(30)·구삼차(32)씨 등 3명은 3∼4개 보험구좌에 가입한 뒤 지난해 6욀29일 서울신사동 삼거리에서 차선변경을 하던 이모씨(30)의 봉고차를 고의로 추돌하고 이씨가 교통사고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약점을 잡아 합의금 1백50만원을 요구하다 이씨가 달아나자 서부경찰서 담당 교통경관에게 이씨를 달아나게 했다며 무마비 명목으로 1백만원을 뜯어냈다.
이들은 또 이 사고로 각기 전치2주의 진단을 받아낸 뒤 보험금 액수를 늘리기 위해 김씨의 친구인 서울방화동 서울외과의원 사무장 조길수씨(30)를 통해 전치2주짜리 추가 허위진단서를 발급받기도 했다.
◇수사 배경=검찰은 경찰과 보험회사 등으로부터 여러 종목의 보장성보험에 가입하고 보험 가입 후 3회 이상 교통사고를 내는 등 고의사고 의혹이 짙은 운전사 50여명의 명단을 확보, 이들 중 20여명은 서울 상계동 I교통, 10여명은 신림동 B교통 등 같은 회사소속 택시기사인 점을 밝혀내고 이들 중 혐의가 짙은 운전사들을 집중 추궁, 범행일체를 자백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밖에도 사고당사자간에 과실유무 분쟁이 심한 교통사고 사례를 수집, 이들 사례 중 ▲보험모집경위 ▲사고경위의 특이성 ▲진단서 발급경위 등을 수사한 결과 이 같은 신종보험 사기극을 적발했다.
◇문제점=검찰은 보험회사간의 지나친 고객유치경쟁이 이러한 사기극의 원인(원인)을 제공했다고 보고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신종보장성보험을 개발·판매한 알리코코리아·삼성·흥국·광주·대한교육보험 등 5개 회사가 지급한 사고보험금은 25억6천만원이며 이중 검찰 수사 대상자가 챙긴 금액만도 모두 2억7천여만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선의의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 부담을 지게되는 경제적 피해는 물론 이들의 고의사고 유발로 인해 국민 누구나 엉뚱한 교통사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또 불필요한 수사인력의 낭비는 말할 것도 없고 억울한 교통사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양산, 이에 따라 무고한 전과자·처벌희생자가 생긴다는 것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기극의 대상이 된 소멸성 보장보험이 이미 미일에서는 보편화된 보험상품이고 보면, 수사기관의 대책마련은 물론 일확천금을 위해 자신과 타인마저도 쉽게 위험에 빠뜨리는 인명경시풍조가 우리사회에서 하루빨리 사라져야만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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