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성난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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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공업용 우지를 사용한 라면이 인체에 해가 없다는 보사부의 발표는 뭡니까. 도살장의 기름덩이와 내장기름에다 포장비닐까지 함께 삶아만들었다는 「공업용」이 어떻게 무해합니까.』
『보사부는 국민들이 라면을 애용한다는 걸 30년 간이나 몰랐단 말입니까. 이제와서 식품원료로 사용되는 「공업용」수입을 일체 중지시키겠다니…. 원님행차 뒤에 나팔부는 격이 아니오.』
일파만파로 커져만가는 「라면파동」으로 전국이 온통 들끓은 6일 신문사에는 업자들에 대한 항의와 보사부를 향한 성토, 왠지 석연치 않은 검찰수사에 대한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독자들은 해당업체들이 『문제가 된 라면에 사용된 우지는 다른 회사 라면에 쓰인 팜유보다 t당 1백달러나 더 주고 구입한 것이며 정제된 이상 인체에 무해하다. 수사당국의 발표는 심히 유감이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자 더욱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았다.
『유해·무해 여부를 떠나 일단 「공업용」을 식용인 것처럼 속여 수입한 자체가 대기업의 도덕성 수준을 말하는 겁니다. 팜유를 사용했다는 다른 회사 제품도 어디 무서워서 먹겠습니까.』
『검찰이 「이쯤해서 항복하지 않으면 더 큰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식의 태도를 취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어요. 국민건강을 상대로 자존심 싸움하는 겁니까.』
일반국민들로서는 복잡한 영어명칭이나 화학용어를 알 수 없지만 왜 업주들과 검찰의 주장이 그렇게 다른지 꺼림칙하다는 것이었다.
『이번 기회에 잘못이 있다면 모두 밝혀내야 합니다. 반대로 검찰이 과장발표를 했다면 그에 대한 국민의 비판도 엄중할 겁니다.』
이번 「라면파동」은 보사부의 무사안일주의에다 기업과 검찰사이의 한심한 자존심 대결이 국민건강과 높아진 식품에 대한 관심을 볼모로 벌이는 한판 승부라는 한 독자의 지적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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