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돈 모아 「회사차리기」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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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소액주주들만으로 회사를 세우는 「곗돈붓기」식 창업이 늘고있다.
탈샐러리맨을 위해 회사를 운영하고 싶으나 혼자 힘으로는 자본·경험이 부족해 위험이 따르니까 가까운 동료들끼리 소액자본을 투자해 함께 일하는 것이다.
또 「대중자본주의」를 내세워 주주회원을 공개 모집하는 회사도 있고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전문인들끼리 상호이익을 위해 유통회사를 설립하기도 한다.
탈샐러리맨의 대표적인 회사는 한솔투자자문㈜과 ㈜국일여행사.
최근 투자은행으로 탈바꿈하려는 산업은행이 20%의 자본금(6억원)을 내고 참여한 한솔투자자문은 30대 후반∼40대 초반의 탈샐러리맨 11명이 작년4월 창립했다. 한 사람당 2백만원에서부터 최고 6억원까지 투자했는데 현재 주주는 44명.
83년 삼보증권이 난파하면서 여러 증권회사에 흩어져 있던 이들은 최고연장자인 이승배 사장(44)을 중심으로 옛 동료들끼리 다시 모인 것.
지난 3월 발족한 국일 여행사 역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18명의 샐러리맨들이 모여 2백만원부터 3천만원까지 투자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똑같이 여행사에서 근무하다 샐러리맨으로서의 한계를 느끼고 탈출구를 모색해온 점. 이에 따라 18년 간의 여행사 경력을 쌓은 우종웅씨(43·전고려여행사상무)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뭉치게 됐다.
1백% 사원주주제로 운영되고 있는 이 회사는 내년에 30여명의 전 직원에게도 주식을 나둬 갖도록 할 계획이고 목표는 수년 내에 증권시장에 상장시키겠다는 것.
이 같은 소액주주 회사의 강점은 누가 일을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찾아 하는 것인데 국일의 경우 출퇴근 시간이 오전8시30분, 오후6시로 돼있으나 대부분이 8시 이전에 출근했다가 밤9시가 넘어서야 퇴근하고 있다.
이 회사 박상환 차장은 『대학을 나온 뒤 8년간 다른 여행사에서 근무했으나 주먹구구식 경영을 하는 데다 장래성이 없어 이번에 창업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금형제조업체인 미크론정공(대표 이정우)도 87년11월 자본금 2억2천만원으로 설립한 뒤 반도체금형의 국산화를 이룩했으며 이를 미·일 등에 연간 80만달러 어치를 수출하고 있다.
대표 이씨는 모토로라 코리아㈜ 제조담당상무로 있다가 이 회사 직원 11명과 의기투합, 각각 5백만∼2천만원씩을 투자했는데 현재는 40여명의 전사원주주화를 목표로 뛰고있다.
또 약사 5백50명이 1백만원씩 투자해 만든 한약재 판매회사도 있다.
지난 8월 대한약사회 회원 2백60명이 출자해 설립한 한약유통은 약재재배농가와의 직계약, 외국산 한약재의 직수입을 맡아 회원들에게 한약재를 공급하고 있는데 두 달도 안 돼 회원이 5백50명으로 늘었으며 연말에는 추가로 증자할 계획.
대표이사는 대한약사회부회장인 신호씨가 맡았는데 회사설립이후 회원에 대한 한약재공급가격이 최고 50%까지 떨어졌다. 친목도 도모하고 이익도 함께 얻는 것이다.
이밖에 지난 3월 설립한 투자정보서비스업체 S사는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일반주주회원을 모집하고 있으며 S리조트개발·K레저관광 등도 2백49만∼7백64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는 창업주주회원을 모집중이다.
이들 회사는 콘도분양은 물론 경영권 참여를 이점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일반인이 투자하려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 <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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