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대한민국 위상? 남아공 대통령 잘라낸 G7 사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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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한민국 정부' 계정의 페이스북에 올린 G7 기념촬영 사진. 맨 왼쪽 남아공 대통령의 모습이 빠져있다. [페이스북 캡처]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 계정의 페이스북에 올린 G7 기념촬영 사진. 맨 왼쪽 남아공 대통령의 모습이 빠져있다. [페이스북 캡처]

정부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찍힌 부분을 잘라내 논란이 됐다. 정부는 “실무진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정부는 13일 ‘대한민국 정부’ 계정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사진 한 장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라는 제목으로 사진 한 장을 올렸다. G7 정상회의가 열린 영국 콘월의 카비스베이를 배경으로 G7과 초청국의 정상들이 모여 찍은 기념사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맨 앞 줄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이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정부는 “한국의 G7 정상회의 참석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의미”라며 “우리나라가 G7 정상회의에 초청된 것은 민주주의 국가이자 기술 선도국인 우리의 격상된 위상에 대한 평가”라고 설명했다. 이 사진은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김광진 청년비서관 등이 공유해 온라인에서 확산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원본 사진에는 앞줄 왼쪽 남아공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의 모습이 보인다. 뉴시스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원본 사진에는 앞줄 왼쪽 남아공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의 모습이 보인다. 뉴시스

그런데 정부가 올린 사진에는 원본 기념사진과 달리 앞 줄 맨 왼편에 서 있던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잘려져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문 대통령을 가운데로 당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이라는 의심도 나왔다.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있었다.

정부는 논란이 일자 사진 게시 15시간만인 14일 “이미지 제작 과정에서 실수가 있어 수정되었다”며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까지 나온 사진으로 수정했다. 그러면서 “콘텐트 제작에 있어 보다 신중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정부’ 계정을 관리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관계자는 “디자이너가 실수로 사진을 잘못 편집했고, 주말에 관리자들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게시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수현 수석은 이날 MBC에 출연해 한국 정상이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의미에 대해 “한국이 배울 점이 많은 나라가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수석은 “확대정상회의 1세션이 ‘보건’을 주제로 열렸는데, 사진을 보면 의장국인 영국 정상이 가운데 앉고 우측에 문 대통령이 앉고 좌측에 바이든 대통령이 앉았다”며 문 대통령의 자리 위치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존슨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한국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뉴스1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뉴스1

박 수석은 또 “대한민국이 사실상 유일한 초청국으로, 주요 선도국으로 G7에 참석했다”며 “자리나 의전 등을 볼 때 실질적 G8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초청 4개국 중 호주·인도·남아공이 영연방국가임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은 유일한 초청국”이라고 썼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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